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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칼럼] '혼란만 준' 석탄발전소 셧다운 효과

[차장칼럼] '혼란만 준' 석탄발전소 셧다운 효과

지난 25일 정부가 연구조사 결과 하나를 발표했다. 올해 6월 한 달간 노후 석탄발전소 가동을 중단한 뒤 미세먼지(PM 2.5)가 얼마나 줄었는지 측정한 수치다.

연구는 3가지 결론을 도출했다. 내용은 이렇다. 우선 충남지역 40개 지점에서 미세먼지 농도를 측정했더니 미세먼지 농도가 작년.재작년 평균치에 비해 15.4%인 4㎍(마이크로그램)/㎥ 줄었다.

그러나 이 값은 노후 화력발전소에서 나오는 미세먼지만 측정한 것이 아니었다. 자동차 배기가스, 기상조건 등을 여러 가지 고려하지 않고 측정지점에서 전체 미세먼지 농도를 따져본 뒤 평균치보다 얼마나 떨어졌는지 확인한 것이다. 흔히 기상청에서 발표하는 충남 지역의 오늘 미세먼지가 실험기간 어느 정도 낮아졌는지로 이해하면 된다.

이 수치에서 다른 오염원의 영향을 제외하고 노후 석탄발전소 부분만 따로 분리해 미세먼지 농도 감소를 측정(모델링 기법)하면 숫자는 0.3㎍/㎥로 대폭 줄어든다. 작년.재작년 평균치 대비 1.1%다.

같은 방법으로 노후 석탄발전소가 최대 영향을 주는 지점을 확인했더니 보령화력 30㎞ 지점에서 미세먼지 농도 감소 효과는 월평균 오염도 0.8㎍/㎥(3.3%), 일 최대 3.4㎍/㎥(8.6%), 시간 최대 9.5㎍/㎥(14,1%) 감소로 측정됐다. 노후 석탄발전소 가동중단에 따른 미세먼지 농도 감소효과가 14.1%, 1.1%, 15.4% 등 애매한 세 가지 결론으로 나온 것이다.

예상대로 언론들은 이런 3가지 결과를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보도했다. 최대영향지역과 시간인 14.1%를 주목하기도 했고 1.1%에 방점을 찍기도 했다. 15.4%를 헤드라인으로 뽑는 기사도 나왔다. 보도를 접하는 국민은 혼란스러웠다. 뉴스마다 수치가 달랐기 때문에 노후 석탄발전소 효과가 어떻다는 건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정부 발표 자체를 믿지 못하는 여론도 상당수 생겨났다.

정부는 연구 결과에 왜 이렇게 다양한 내용을 담았을까. 해당 연구가 환경규제의 환경부와 산업진흥의 산업통상자원부 공동 수행이라는 점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가동중단 효과를 강조하고 싶은 부처와 노후설비 문제가 석탄발전 전체로 확대되는 것을 우려한 부처의 의견을 모두 한 곳에 담으려다 보니 이 같은 발표 내용이 탄생했다. 이 과정에서 두 부처의 신경전도 상당했다고 한다.

언뜻 자연스러울 수도 있다. 두 부처의 의견을 각자 담아 국민이 알아서 생각하도록 하는 것이다. 중간 매개체인 언론의 판단에 맡기는 것도 방법이다.

하지만 이런 연구는 국민적 논의보다 정확한 사실을 전달하려는 목적이 크다. 이후 이러한 팩트를 토대로 필요할 경우 석탄발전소 정책결정 등에 여론형성 과정을 거치면 된다. 팩트부터 각 부처의 셈법만 늘어놓은 채 일관된 정책을 제시하지 못하면 국민은 올바른 판단은커녕 어지러울 뿐이다.

정지우 경제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