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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 ‘서민감세’ 엇박자.. 洪 “추진” 鄭 “당론 아니다”

洪, 담뱃값 인하 재차 피력.. 與 “반대하기엔…” 어정쩡

한국당 ‘서민감세’ 엇박자.. 洪 “추진” 鄭 “당론 아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오른쪽)가 27일 서울 여의도 한국당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왼쪽은 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 연합뉴스

자유한국당이 문재인정부의 부자증세 추진에 대응해 서민감세를 본격화하면서도 '투톱'인 홍준표 대표와 정우택 원내대표간 엇박자가 감지된다.

담뱃값 인하를 5.9 대선 공약으로 내건 홍 대표는 실제 정책 추진 의지를 피력하고 있지만, 정 원내대표는 "아직 당론이 아니다"라며 제동을 걸고 나선 모양새다.

홍 대표는 2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담뱃값 인하에 반대하는 민주당을 비판하는 형태로 담뱃값 인하 의지를 재차 피력했다.

홍 대표는 "저희 당이 담뱃세, 유류세 인하를 추진하는 것을 민주당에서 거꾸로 비난하고 있다"며 "담뱃세를 인상하려 할 때 그렇게 반대한 민주당이 인하에는 왜 반대하는지 참 아이러니"라고 비판했다.

한국당 입장에선 전 정부에서 담뱃값 인상을 주도한 상황에서 일부 비판적 여론을 감안해서라도 담뱃값 인하 카드가 그리 나쁘지 않다는 관측이다.

보수층을 대변하면서 정부 여당의 초고스득자 부자 증세를 추진하는데 대해 당 차원의 대응에 주력하면서 서민감세 프레임을 통해 중산층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 자체가 여론의 지지를 등에 업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더불어민주당의 딜레마적 상황이 한국당의 입지를 확대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집권 여당으로서 한국당의 서민감세 추진에 대해 대놓고 반대하기도 애매하고, 그렇다고 동조하자니 담뱃값 인상으로 수조원에 달하는 재원이 어느정도 감소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어정쩡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홍 대표는 "유류세 인하도 마찬가지로 서민 감세 차원에서 추진하는 것이기 때문에 입만 열면 서민 이야기를 하는 민주당이 앞장서서 협조하도록 말씀드린다"고 말한 것도 민주당의 곤혹스런 입장을 잘 알기 때문이다.

실제로 홍 대표의 측근인 윤한홍 의원은 지난 26일 국회에 지방세법 등 관련법 개정안을 제출했고, 유류세 인하에 필요한 법 개정안도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정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담뱃세 인하에 대해서는 찬반양론이 있기 때문에 한 번 더 충분히 들어보고 (당론을) 결정해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홍 대표의 속도전에 '신중론'을 제기한 셈이다. 당 론 채택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의원총회 소집에 대해서도 "현재로서는 개별 의원 단위로 (개정안이) 발의된 것 아니냐"며 "당장 의원총회를 여는 것은 좀 의미가 없다"고 대답했다.

그는 이현재 정책위의장이 라디오에 나와 당이 담뱃값 인하를 추진하는 것이 맞는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에 대해서도 "정책위 차원이라고 얘기하는 것 더 정확하다"고 선을 그었다.

haeneni@fnnews.com 정인홍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