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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설 중기부 이것만은 꼭] 실패는 성공으로 가는 과정인데… 재도전 '안전망'은 어디에도 없다

(3.끝) 재도전·벤처 문화 만들기
재도전 사업 지원 받은 기업 2년 생존율 83.9% 달하지만 연대보증 등 재기 환경은 열악
국민안전.소비자 보호 등 최소한의 규제만 남기는 네거티브 방식 도입해야

최근 1년간 세계적으로 투자를 가장 많이 받은 100개 스타트업(신생 벤처) 절반 이상이 한국에선 규제에 막혔다. 일부는 시작조차 하지 못했다. -아산나눔재단 '스타트업코리아보고서'
[신설 중기부 이것만은 꼭] 실패는 성공으로 가는 과정인데… 재도전 '안전망'은 어디에도 없다


문재인 정부가 일자리 창출을 위해 혁신 창업 생태계 조성을 핵심과제로 꼽으며 새로 출범한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에 거는 기대감이 높다. 전문가들은 벤처 창업 활성화가 '구호'로만 그치지 않기 위해선 벤처 창업기업이 자생력을 키울 수 있도록 중기부는 인프라 구축 및 정책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아울러 선순환 벤처 생태계 조성을 위해 회수시장의 활성화와 재창업 환경 조성도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았다.

■규제 문턱낮추고 회수시장 키워야

벤처나 스타트업은 새로운 아이디어와 기술로 지금까지 없던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새로운 산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 그러나 국내 규제 개선 속도는 신산업 형성이나 발전을 따라가지 못하는 실정이다. 기존 산업과의 이해관계가 얽히며 혁신 창업은 시작도 못하거나 규제에 막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벤처시장 활성화를 위해 국민 안전이나 소비자 보호 등 최소한의 규제만 남기는 네거티브 방식의 규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민화 카이스트 교수는 "한국은 지난 2000년 민간 주도로 세계 최고의 벤처 생태계를 만들었다. 주도권이 정부로 넘어가면서 가져가면서 지원금은 늘었지만 정책 효율성은 낮은 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실리콘밸리의 벤처기업들이 활발한 창업이 가능한 것은 소프트웨어.클라우드.오픈소스 등을 공유해 창업 비용을 낮췄기 때문"이라며 "정부도 개별 기업 지원을 최소화하는 대신 공유경제 기초인 클라우드 규제를 완화해 기업인의 창업 부담을 줄여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윤재 숭실대 교수는 "중기부의 가장 큰 역할은 기존 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면서도 신산업을 키울 수 있는 균형있는 정책을 내놔야 한다"며 "무엇보다 각 부처에 흩어져있는 관련 정책에 대해 주도권을 쥐고 중장기 로드맵을 정확히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벤처 생태계가 자리잡기 위해서는 투자-회수가 활발히 진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국내 회수 시장은 기업공개(IPO)가 유일하다. M&A가 대안으로 꼽히지만 규제도 많은 데다, 이를 바라보는 시장의 시각도 여전히 부정적이다.

안병익 한국푸드테크협회장은 "활발한 M&A나 상장 등을 통해 회수 시장이 활성화돼야 투자가 늘고 성공한 기업가들이 재투자와 재창업이 이뤄지는데 국내 회수시장 환경은 열악한 편"이라며 "법인세 감면 세제 혜택 등을 통해 대기업이 벤처 기업 인수 합병을 장려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재창업 환경 조성도 중기부가 해야할 핵심 과제중 하나다. 국내 벤처 창업기업들은 대부분 융자에 의존하다보니 '한번 실패하면 패가망신한다'는 인식이 강하다. 대표적인 것이 연대보증이다. 최근 정책금융기관은 창업 5년 이내 기업엔 연대보증을 요구하지 않기로 했지만 은행 등 민간 금융권에서는 여전히 존재한다.

유희숙 한국재도전중소기업협회장은 "원활한 재창업 환경을 강조하기 앞서 폐업할 때 리스크를 줄여주는 게 중요하다"며 "안전망 정책이 함께 마련해야 창업에 도전하는 이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패도 사회적 자산'이라는 공감대 형성돼야"

전문가들은 초기 창업에 실패하고 재도전을 하는 기업에 대한 지원정책도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재도전 기업들은 은행 등 금융권에서 창업 자금을 지원받기 힘들다. 그만큼 정부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실제 중기부가 발표한 '재도전 지원기업 성과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4년 정부의 재도전 사업 지원을 받은 965개 기업의 2년 생존율은 83.9%로 조사됐다. 창업기업의 2년 생존율이 47.5%인 것과 비교하면 재도전 수혜 기업이 36.4%포인트나 높았다.

유 협회장은 "재도전 기업가들은 신용면에서 더 불리하기 때문에 정책금융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며 "지원자금이 아니면 금융권 연계 상품 등을 활성화해서 재도전 기업에 돈이 돌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익재단 재기중소기업개발원 한상하 원장은 "창업기업 10개 중 8개가 폐업을 하는데 재창업 지원자금은 초기 창업 자금의 20분의 1도 안 된다"고 꼬집었다.


근본적으로는 실패자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한정화 전 중기청장은 "우리나라는 창업 실패자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이라며 "'실패는 성공으로 가기 위한 과정이다. 실패도 사회적 자산으로 인정하겠다'고 정부 당국이 선언하고 사회적으로 공감대를 얻어내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spring@fnnews.com 이보미 한영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