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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카뱅 쇼크' 은행들 정신 바싹 차려야

순식간에 100만명 돌파..변화 읽지 못하면 낙오

한국카카오뱅크가 문을 연 지 닷새 만에 계좌를 튼 고객이 100만명을 넘어섰다. 한달 목표치로 잡은 25만건의 4배다. 시중은행의 1년치 비대면계좌 수보다 6배 이상 많다. 국내 1호 인터넷은행 케이뱅크는 100일 만에 40만건을 돌파했지만 카카오뱅크는 이틀 만에 이를 가볍게 넘어섰다. 예.적금 규모도 가파르게 늘어 6000억원을 넘어섰다. 메기효과를 넘어 기존 은행들에는 쇼크다.

카카오뱅크의 예상 밖 돌풍은 물론 편리함과 가격경쟁력 때문이다. 국민메신저로 불리는 카카오톡 덕분에 공인인증서 없이도 송금이 가능하다. 지점이 없어 비용이 적게 들다보니 예금이자는 더 주고 대출이자는 덜 받는다. 해외송금 수수료는 시중은행의 10%대로 낮췄다. "불편함이 우리를 만들었다"(이용우 카카오뱅크 공동대표), "고정관념을 없앴다"(심성훈 케이뱅크 은행장)는 말이 과장이 아니다.

인터넷은행 돌풍은 역설적으로 기존 은행에 대한 고객들의 불만이 얼마나 컸는지를 뚜렷이 보여준다. 그동안 은행 문턱은 높고 불편한 게 한둘이 아니었다. 예금이자는 쥐꼬리만큼 주고 대출이자는 높게 받는다. 이른바 땅 짚고 헤엄치기식의 '이자놀이'다. 올 상반기 4대 시중은행이 6년 만에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것도 이 때문이다. 고객들은 불만이 쌓였지만 울며 겨자 먹기로 이용해왔다. 대안이 없었기 때문이다. 지난주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취임 일성으로 '전당포영업(담보대출)' 관행을 뜯어고쳐야 한다고 직격탄을 날린 것도 그 이유다.

빌 게이츠는 20여년 전 '은행업은 필요하나 은행은 필요없는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예견했다. 카카오뱅크의 돌풍은 PC 기반에서 모바일로 흐름이 바뀌는 트렌드를 반영한 것이다. 혁신을 늦추다 경쟁에 뒤처진 사례는 많다. 증권 분야에선 키움증권이 낮은 거래수수료를 무기로 점유율 1위를 꿰찬 지 오래다.

130년 역사의 코닥은 디지털 카메라 시대에 필름을 고집하다 몰락했다. 모토로라.소니.노키아.야후 등 글로벌 기업들도 다르지 않다. 시대 흐름을 읽지 못하고 변신에도 굼떠서다. 시중은행들이 이제서야 모바일 서비스를 강화해 금리조정에 나서고 있지만 흐름을 바꿔놓을지는 미지수다. 우선 시중은행들은 모바일뱅킹의 폐쇄적인 플랫폼 설정과 복잡한 앱 설계부터 다시 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편리함과 접근성에서 4200만명이 가입한 카카오톡을 도저히 이길 수 없기 때문이다.

인터넷은행발 금융 빅뱅은 이제 시작이다. 기존 은행도 더 이상 과거 방식으로는 버틸 수 없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을 것이다.
어떻게 변해야 하는가는 카카오뱅크를 보면 답이 나온다. 한마디로 고객 위주의 영업이다. 그러려면 낡은 사고방식과 지점 위주의 비효율적 영업구조부터 바꿔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