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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부동산 정책 '노무현 시즌2'로 가나

투기꾼 응징에 초점 맞춰 가슴 아닌 머리로 풀어야

8.2 부동산 대책이 나왔다. 6.19 대책을 내놓은 지 한달 보름 만이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일 "시장 불안이 이어지면 추가 대책을 내놓겠다"고 예고했다. 문재인정부가 출범(5월 10일)한 지 채 석 달이 안 됐다. 현 정부에서 부동산 대책을 몇 번이나 내놓을지 궁금하다.

8.2 대책은 6.19 대책의 연장선상에 있다. 투기꾼 응징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에서 그렇다. 정부는 서울과 경기 과천, 세종을 투기과열지구로 묶었다. 또 서울 11개구와 세종은 투기지역으로 중복 지정했다. 양도소득세는 고삐를 더 조였고, 은행에서 돈 빌리는 것도 더 어렵게 했다. 죄다 투기를 막기 위해서다. 이번 대책에선 정부.여당의 강한 의욕을 느낄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정책위 의장은 "평범한 월급쟁이의 1년 연봉이 분양권 프리미엄에 붙는 일을 좌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정부는 집을 거주공간이 아니라 투기수단으로 전락시키는 일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서민을 배려하려는 정부의 선의는 이해한다. 하지만 의욕이 앞선 나머지 8.2 대책엔 차가운 이성이 빠졌다. 부동산도 엄연한 시장이다. 수요.공급에 따라 값이 오르내린다. 투기꾼은 수요.공급이 어긋난 틈을 노린다. 이때 정부가 할 일은 물량을 넉넉히 공급한다는 신호를 지속적으로 시장에 보내는 일이다. 그래야 투기꾼들이 엄두를 못 낸다. 투기꾼에 매질을 하는 것은 반짝 효과는 있을지 몰라도 투기를 뿌리 뽑지는 못한다.

6월 대책이 나왔을 때도 많은 전문가들이 공급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만성 수요 부족에 시달리는 서울 강남이 집값 오름세의 진앙이다. 8.2 대책에서 정부는 공급을 늘리겠다고 했으나 대부분 서민용 임대주택이다. 이는 엉뚱한 과녁에 화살을 쏘는 격이다. 8.2 대책은 정치인 출신 김 장관과 민주당이 지나치게 정치적으로 다뤘다는 인상을 준다.

바른정당 이혜훈 대표는 2일 "8.2 대책을 보면 문재인정부는 노무현정부의 시즌2 같다"고 비판했다. 노 전 대통령은 "하늘이 두쪽이 나도 부동산만은 잡겠다"고 했으나 노무현정부 5년간 투기꾼들은 큰돈을 벌었다.
이런 역설이 또 있을까. 서생적 문제의식만 가득했을 뿐 장사꾼의 현실감을 잃었기 때문이다. 부동산 대책은 가슴보다 머리로 짜야 한다. 8.2 대책은 힘자랑만 요란할 뿐 시장을 다독일 지혜를 찾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