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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실수요자 울리는 8.2대책 보완해야

예고 없는 대출축소에 비명..경과규정 만들어 구제하길

'8.2 부동산대책'이 곳곳에서 마찰을 빚고 있다. 주택담보대출이 예고 없이 줄면서 은행 창구마다 문의 전화가 속출하고 있다. 아파트 구입 계약을 하고 중도금과 잔금을 대출금으로 채우려고 계획을 세웠던 사람들의 타격이 크다.

은행들은 3일부터 투기과열지구(서울.과천.세종)의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60%에서 40%로 낮춰 적용했다. 그 바람에 60%에 맞춰 자금 마련 계획을 세웠던 실수요자들이 필요한 자금을 구하지 못해 아우성이다. 계약금을 포기하거나 아니면 더 높은 금리에 돈을 빌려야 할 처지에 놓였다. 금융감독원은 이런 피해가 예상되는 실수요자 수가 올 하반기에만 8만6000명, 축소된 대출금 규모는 4조3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급조된 부동산 투기대책으로 인한 실수요자의 피해는 이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서울.경기 등 조정대상지역 내 1가구 1주택의 양도세 비과세 요건에 '2년 이상 거주'가 추가됐다. 이 조항도 3일 이후 취득분부터 바로 적용됐다. 이 부분도 양도세 비과세 대상으로 알고 구입했으나 양도세를 물어야 하는 피해자가 생길 수 있다.

투기억제의 대의를 위해서는 그 정도 피해는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이는 시장친화적이지 않다. 투기꾼을 잡는 것은 필요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무 잘못도 없는 실수요자들이 피해를 입는 것까지 정당화될 수는 없다. 이런 문제는 사전에 예견이 됐음에도 불구하고 왜 걸러지지 않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충분한 검토와 세밀한 준비 없이 다급하게 정책을 밀어붙이다 보니 이런 허점이 생긴 것이 아닌가. 지금이라도 경과규정을 만들어 구제해야 한다. 투기를 잡아야 한다는 사명감에 충만한 나머지 애꿎은 실수요자들이 피해를 입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

김수현 청와대 사회수석의 상황 인식도 문제다. 김 수석은 현 부동산시장 상황을 "수요.공급의 문제가 아니라 머니게임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투기와 수요.공급은 별개의 사안이 아니라 동전의 앞뒷면과 같다. 공급이 모자라면 투기꾼이 들끓지만 공급이 충분하면 투기꾼은 사라진다.
"지금은 불을 꺼야 할 때"라는 김 수석의 말에 공감한다. 그 불을 끄는 최상의 대책은 공급을 확대하는 것이다. '8.2 대책'이 집값은 못 잡고 실수요자만 잡는 결과가 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