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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 이재용 부회장에 징역 12년 구형] 특검주장 '이재용 청탁 내용' '경영권 승계'엔 도움 안돼

삼성 "승계작업 끝내도 부회장 지분율 변화없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기소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핵심 범죄사실은 '대가를 바란 부정청탁'이다. 특검은 최근 수년간 삼성의 경영활동을 승계작업의 일환으로 지목하고 이를 바탕으로 이 부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으로부터 도움을 받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삼성 측은 정상적인 기업 운영에 '가공의 프레임'을 덮어씌웠다고 일관되게 반박해 왔다. 이를 놓고 양측은 재판 막판까지 날 선 공방을 벌였다.

■"상장 성공사례마저 특혜라니…참담"

7일 법조계에 따르면 특검이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작업 가운데 청와대로부터 특혜를 받았다고 주장하는 핵심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삼성생명 금융지주사 전환,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 등 3가지다. 이런 작업들을 통해 그룹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의 의결권 확대를 도모했다는 것이다.

우선 삼성물산 합병 과정에서 제일모직 지분을 많이 보유한 이 부회장의 합병비율을 유리하게 조정하기 위해 박 전 대통령과 접촉했고, 청와대는 주요 주주인 국민연금공단의 의결권 행사에 압력을 행사했다는 혐의다. 또 삼성물산이 지분을 보유한 삼성생명을 지주사(투자부문)와 보험회사(사업부문)로 인적분할해 총수 일가의 추가 자본 없이도 금융계열사의 지배력을 강화하려 했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으로 이 회사 최대주주인 삼성물산 가치를 끌어올리는 것을 경영권 승계의 마무리 단계로 봤다.

삼성 측은 피고인과 증인 진술을 통해 이런 사안들이 경영권 승계와 무관하다며 반박해 왔다. 오히려 일정 부분 총수 일가 지배구조에 불리한 면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삼성 측은 특검이 주장하는 승계작업을 모두 마쳐도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분율에는 변화가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금융지주사 설립을 경영권 승계라는 맥락에서 본다면 이치에 맞지 않다는 설명이다.

공정거래법에 따라 삼성생명이 지주사로 전환하려면 보유 중인 삼성전자 지분 7.2%를 2대 주주인 삼성물산 지분(4.06%) 이하로 팔아야 한다. 지난달 이 사건 증인으로 나선 방영민 삼성생명 부사장은 "삼성그룹은 삼성전자가 가장 중요한 회사인데 (오너 일가의) 지분율은 18%에 불과하다"며 "지주사 전환 시 보유지분 3.2%를 추가로 팔 수밖에 없어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이 떨어지는 결과를 가져온다"고 특검 논리를 꼬집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코스피 상장도 추진 주체가 삼성이 아닌 한국거래소라는 증언이 나왔다. 당초 삼성은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해 미국 나스닥 상장을 추진했지만 해당 정보를 입수한 거래소 측이 코스피 상장을 추천했다는 얘기다.

김병률 전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 상무는 "거래소 입장에서는 가장 성공적인 사례로 평가받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이 특혜나 의혹으로 비치는 데 대해 업무담당자로서 안타깝고 참담하게 생각한다"며 "증권사 입장에서는 (해외시장 상장 시) 주관사를 딸 수 없어 코스피 상장을 요구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룹 최종의사결정 최지성, 이재용은 전자만

삼성물산 합병을 통한 삼성전자 지배력 강화 의혹에 대해서도 삼성 측은 삼성전자의 해외주주 지분이 이미 50% 이상이어서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삼성 전.현직 임원들의 증언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이 사건에 거론되는 주요 사안을 결정한 일이 한번도 없다.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실장(부회장)은 "미전실 실장으로 재직한 기간에는 그룹의 최종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은 제 책임하에 이뤄졌다"고 밝혔다.
삼성물산 합병 등은 이건희 회장 와병 후 추진된 사안으로, 이 기간 경영 전반을 챙긴 최 전 실장 승인하에 결정됐다는 뜻이다.

삼성물산 합병 과정에서 의결권이 없는 자사주를 KCC에 매각하자는 건의에 대해서도 이 부회장은 부정적 입장을 나타냈지만 이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 부회장 스스로도 "(부회장 취임 후) 소속은 처음부터 삼성전자였고, 업무의 95% 이상이 전자와 전자계열사 관련"이라며 금융지주사 설립 등은 자신이 모르는 분야여서 관여할 수도 없었다는 주장을 피력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