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

[fn사설]'문재인표 복지'는 지속가능한가

수십조 단위 정책 쏟아져 젊은층에 빚 떠넘기는 셈

정부가 수십조원씩 들어가는 선심성 복지정책을 연일 쏟아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기초연금을 월 30만원으로 인상하는 법률 개정에 착수할 것이라고 했다. 이날 정부는 기초생활보장 종합계획도 발표했다. 2022년까지 기초연금 인상에는 21조원 넘는 예산이 필요하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90만명을 새로 늘리면 5년간 총 10조원이 들어간다. 9일에도 문 대통령은 건강보험 보장성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31조원짜리 정책을 내놨다.

문제는 돈이다. 이들 정책은 집권 5년간 178조원이 투입될 100대 국정과제와는 상당 부분 별개다. 하루가 멀다 하고 수십조원짜리 정책을 발표하면서 정작 중요한 재원 문제는 거의 언급하지 않는다. 내놓는 재원 마련 대책도 미덥지 않다. 문 대통령이 10일 "건전재정을 유지하면서 감당할 수 있는 최선을 선택한 것"이라며 직접 해명에 나섰지만 액면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문 대통령은 증세는 최후 수단이라고 했지만 이를 뒤집고 부자.대기업 대상으로 표적증세를 했다.

무문별한 복지확대는 도덕적 해이를 부를 수 있다. 2006년 노무현정부 때 6세 미만 아동의 입원비를 전액 의료보험에서 지급하자 '공짜 입원 소동'이 벌어졌던 사례가 대표적이다. 부작용이 심각해지자 2년 만에 본인 부담을 10% 지우는 것으로 조정됐지만, 한 번 준 복지는 되돌리기가 쉽지 않다.

한국은행은 그제 급격한 저출산.고령화로 한국의 재정지출이 예상보다 매년 2조8000억원씩 추가될 것이라는 보고서(인구구조 변화와 재정)를 냈다. 앞으로 50년간 140조원이 더 필요하다는 경고다. '문재인표 복지'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상태로도 그렇다. 이런 상황에서 늘려나가는 복지는 나랏빚 확대를 전제로 할 수밖에 없다. 5년 뒤 건보료 폭탄, 세금 폭탄이 엄포가 아니다.

재원 마련 대책 없이 짠 복지정책은 오래갈 수 없다. 정부는 앞으로 5년간 고소득층과 대기업 위주로 27조5000억원을 증세할 예정이지만, 이 돈으로는 100대 과제를 달성하기도 버겁다. 결국 다음 정부는 빚더미에서 시작하라는 얘기다.
저복지에서 중복지로 가려면 저부담도 중부담으로 가야 한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명세서를 내놓고 국민에게 동의를 구하는 게 옳은 자세다. 해마다 부자증세로 버틸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