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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기업을 밖으로 내모는 문재인정부

온갖 굴레 다 씌워 놓고 규제완화는 금기어 취급

기업들이 해외로 공장을 옮기겠다고 볼멘소리를 한다. 그러자 정부는 밖으로 나가지 말라고 길목을 막아선다. 일자리정부를 표방하는 문재인정부에서 목격하는 현상이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먼저 섬유업계가 들고 일어났다. 최저임금 대폭 인상이 발단이 됐다. 인건비 비중이 높은 섬유는 채산성만 따지면 중국이나 동남아 저임국가로 공장을 옮기는 게 맞다. 사실 경방이나 전방처럼 유서 깊은 국내 섬유업체들이 아직도 국내에서 공장을 돌리는 게 신기할 정도다. 이런 마당에 지난달 최저임금위원회는 정부의 회유와 압박 속에 내년 시급을 16.4% 올렸다. 2020년 1만원이 목표다. 마치 정부가 섬유업체들을 쫓아내지 못해 안달이라도 난 듯하다.

자동차 업계는 통상임금 때문에 안절부절못한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지난 10일 "기아차가 통상임금 판결로 약 3조원의 추가 인건비 부담을 질 경우 경영위기를 맞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성명은 "이에 대응하려면 기업은 해외로 생산 거점을 옮기는 방안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자동차산업협회는 현대차.기아차 등 완성차 5개사를 대표한다. 협회가 공개적으로 '생산거점 해외 이전'을 거론한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업계 사정이 어렵단 뜻이다.

법인세율 인상도 길게 보면 기업을 밖으로 내모는 부작용을 낳는다. 정부는 법인세 최고세율을 현행 22%에서 25%로 높이기로 했다. 선진국들과는 거꾸로 간다. 세금처럼 중대한 정책은 기업이 충격을 흡수할 수 있도록 충분한 논의를 거쳐 단계적으로 시행하는 게 순리다. 하지만 정부는 아닌 밤중에 날벼락 식으로 세율 인상을 결정했다. 오죽하면 경제사령탑인 김동연 부총리가 정책의 일관성을 지키지 못했다며 '유감'의 뜻을 보였을까.

전기료가 오르면 기업은 전방위 타격을 입는다. 지난 수십년간 정부는 산업용 전기를 비교적 싼 값에 넉넉히 공급하는 데 주력했다. 이는 '메이드 인 코리아' 제품의 경쟁력을 뒷받침했다. 하지만 탈원전은 이 같은 흐름을 뒤집는다. 탈원전 대가로 전기료가 오르면 가정용보다는 산업용이 1순위가 될 게 틀림없다. 전기료 인상은 고스란히 원가 상승으로 이어진다.

문재인정부가 곧 출범 100일을 맞는다. 그동안 새 정부가 기업을 위해 무슨 일을 했는지 묻고 싶다. 일자리정부라면서 오히려 기업을 밖으로 몰아내는 일에 매달렸다. 그래놓고 장관은 기업 경영자들을 만나 "공장을 해외로 옮기지 말아달라"고 요청한다. 이런 역설이 또 있을까. 새 정부가 출범한 뒤 규제완화란 단어는 마치 금기어 취급을 받는 듯하다.
기업은 궁지에 몰리면 자구책을 찾게 마련이다. 정부가 어거지로 주저앉힌다고 될 일이 아니다. 먼저 안에서 돈을 쓸 수 있게 길을 터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