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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레저] 사막과 초원, 그리고 등대 ‘낯선 태안’과 만나다

태안의 숨겨진 보물섬 옹도로 떠나는 감성여행
저멀리 형제섬 외롭지 말라고 등대는 오늘도 불빛을 밝힌다
1907년 등대가 세워진 이후 100여년만에 일반인에 '속살' 공개
안흥외항에서 12㎞, 배로는 30분
등대가 있는 섬 정상에 서서 바라보는 단도와 가의도 모습 장관
배로 나오는 길 주변섬 둘러볼수 있어.. 사자바위, 돛대바위, 독립문바위 등 전설 품은 풍경 보는 것만으로 신비

[yes+레저] 사막과 초원, 그리고 등대 ‘낯선 태안’과 만나다
태안 바다를 밝히는 옹도 등대. 사진=조용철 기자

[yes+레저] 사막과 초원, 그리고 등대 ‘낯선 태안’과 만나다

[yes+레저] 사막과 초원, 그리고 등대 ‘낯선 태안’과 만나다

[yes+레저] 사막과 초원, 그리고 등대 ‘낯선 태안’과 만나다
충남 태안은 등대섬으로 불리는 옹도를 비롯해 국내 최대 규모의 신두리 해안사구, 안면도 꽃지해변 등 가볼 만한 곳이 많다. 위쪽 사진부터 송림이 우거진 '태안해변길', 부부바위로도 불리는 옹도 '코바위', 사막처럼 모래사장이 펼쳐진 '신두리 해안사구'. 사진=조용철 기자

【 태안(충남)=조용철 기자】 '얼어붙은 달그림자 물결 위에 차고 한겨울에 거센 파도 모으는 작은 섬…' 누구나 어릴 적 한번쯤은 흥얼거려 봤던 노래 '등대지기'다. 이 동요가 떠오르는 아주 작고 아름다운 등대섬인 충남 태안의 옹도는 1907년 옹도 등대가 세워지고 100여년간 외부인의 발길이 닿지 않았다.

등대 불빛은 35~40㎞ 거리에서도 육안으로 식별이 가능하다. 주로 대산, 평택, 인천항을 입출항 하는 선박들이 서해안 항로를 따라 이곳을 거쳐 지나간다. 2007년 해양수산부가 선정한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등대 16경에 포함됐고 지난 2013년 일반인에게 공개됐다. 옹도로 향하는 유람선을 타고 이웃한 가의도 등을 선상에서 즐기고 안면도, 신두리 해안사구 등 태안 안쪽의 명소들을 묶어 돌아보는 재미가 꽤 쏠쏠하다.

충남 태안 안흥항에서 약 12㎞ 떨어져 배를 타고 30분가량 걸리는 옹도는 그 모양이 마치 옹기와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아담한 충남 유일의 유인 등대섬이다. 섬 곳곳에 옹도를 상징하는 옹기 조형물이 많다. 이곳에는 등대를 지키는 등대지킴이만 살고 있어 등대지기 동요가 절로 떠오른다. 섬 동쪽으로는 단도와 가의도, 목개도, 정족도가 보이고 서쪽으로는 괭이갈매기 서식지인 난도, 궁시도, 병풍도, 격렬비열도가 장관을 이룬다. 선착장을 따라 등대로 올라가는 산책로에는 동백나무 군락이 밀집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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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도 하늘전망대서 바라본 단도와 가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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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태안의 별미 '조개찜'


■백여년 만에 열린 신비의 섬 '옹도'

옹도가 106년 만에 일반인에게 개방된 이유는 등대 때문이다. 일제강점기 당시 일본은 군함들이 원활하게 오가도록 하기 위해 한국의 여러 섬에 등대를 세웠다. 인천의 팔미도 등대가 1903년 가장 먼저 세워졌고 곧이어 1907년 옹도 등대가 불을 밝혔다. 해방 이후에도 군사적 목적 등을 이유로 일반인의 출입을 제한해오다가 팔미도 등대가 106년 만인 2009년 개방된 데 이어 2013년 옹도가 빗장을 풀었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옹도는 독을 닮은 섬이다.

옹도로 가기 위해 안흥외항을 찾았다. 안흥외항에서 옹도까지의 거리는 약 12㎞. 안흥외항을 떠난 유람선은 가의도를 지난 뒤 옹도에 도착한다. 1시간가량을 머무는 옹도에서의 여정은 다소 아쉽다. 돌아오는 길에 가의도를 둘러보는 코스까지 포함하더라도 3시간가량의 일정이다.

옹도 선착장에 내려서면 야생화들이 여행객을 맞이한다. 섬에는 목재데크로 지은 산책로가 조성돼 있다. 400m가량을 걸어서 올라간다. 산책로 초반에 270여개의 가파른 계단을 만난다. 섬 중턱에는 동백잎을 본뜬 초록빛 차양 사이를 통해 장승이 보이고 옹기 포토존을 만날 수 있는 전망대가 있다. 전망대에선 시원한 풍경이 여행객의 두 눈을 즐겁게 한다. 단도와 가의도 사이로 배들이 지나가는 모습은 장관이다.

동백 터널을 지나 섬의 정상에 오르면 등대와 옹기, 고래 조형물이 세워져 있는 광장이 나온다. 등대 아래 전시관에서 옹도의 역사를 둘러본다. 등대 아래로는 산책로가 조성돼 있어 목재 갑판을 따라가다보면 섬 가장자리까지 이동할 수 있다. 바다 너머로 중국이 탐낸다는 격렬비열도가 보인다는데 아쉽게도 해무가 짙어 보이진 않았다.

옹도까지 유람선을 타고 들어가는 데는 30분가량 걸리지만 나올 때는 가의도와 일대 풍경을 돌아보기 때문에 1시간 이상 걸린다. '갈매기섬'이라고 불릴 만큼 섬 전체가 온통 갈매기와 바위뿐인 란도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배에서만 관람이 가능하다. 뭍으로 떠나는 여자들을 머무르게 하기 위해 제를 지내던 특이한 모습을 지닌 여자바위, 은빛 백사장과 함께 야생 염소들을 볼 수 있는 독립문바위와 돛대바위, 물살 빠른 관장수도에 위치해 있는 코바위(부부바위), 섬 주민들이 장수를 기원한다는 거북바위, 태안반도를 지켜준다는 전설을 가진 사자바위, 5~6월께면 물개와 잠수의 명수 가마우지가 서식한다는 정족도 등을 만나볼 수 있다.

커다란 갯바위 가운데 구멍이 뚫린 모양을 하고 있는 독립문바위는 섬 주민들이 '마귀할멈바위'라고도 부른다. 옛날옛적에 마귀할멈이 물살이 세기로 유명한 '관장목'을 건너다 속곳이 젖자 홧김에 소변을 봐서 생긴 구멍이라는 전설이 있다. 가의도에도 중국 장수에 얽힌 고사가 전해진다.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당시 가씨 성을 가진 명나라 장수가 조선에 파병됐다. 이들이 태안으로 들어가기 전에 머물면서 전열을 추스른 곳이 가의도다. 당시 이들의 수행원 중 주씨 성을 가진 인물이 전란 이후에도 귀환하지 않고 가의도에 터를 잡고 살았다. 하지만 정유재란 당시 손자만 살고,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전사했다. 손자는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시신을 중국으로 옮기려 했지만 여의치 않자 현재 태안 남면에 숭의사를 지었다고 전해진다.

가의도를 지나면 태안의 바닷길을 지킨다는 사자바위가 나온다. 수사자가 갈기를 날리며 앉아 있는 모양을 하고 있다. 사자바위 앞은 조류가 거세기로 유명한 관장목이다. 안흥항 인근 마도에서 발견된 조선시대 보물선도 관장목을 지나다가 침몰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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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도 등대로 오르는 나무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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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지해변에 있는 '할미할아비바위'


■사막처럼 펼쳐진 신두리 해안사구

안흥항에서 태안 쪽으로 들어가면 신두리 해안사구가 드넓게 펼쳐진다. 길이 3.4㎞, 폭 0.5∼1.3㎞로 우리나라 최대 규모의 해안사구다. 사막처럼 펼쳐진 넓은 모래사장에 특색 있고 다양한 생태계가 조성돼 있다. 갯완두, 초종용, 금개구리 등 희귀 동식물들이 서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구 주변으로는 목재 갑판으로 이어진 산책로가 조성돼 있다. 산책로를 벗어나 사구 쪽으로 다가가면 곧바로 안내센터에서 목재 갑판 안쪽으로 다니라는 방송이 나온다. 사구 주변을 둘러보려면 2시간가량은 족히 걸린다.

신두리 해안사구는 우리나라 최고의 사구지대로 신두리 해수욕장에 위치하고 있다. 사막처럼 넓은 모래벌판이 펼쳐져 있다. 이곳 신두리 해안사구는 빙하기 이후 약 1만5000년 전부터 형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강한 바람으로 모래가 해안가로 운반되면서 오랜 세월을 거쳐 모래언덕으로 만들어졌다. 북서계절풍을 직접적으로 강하게 받는 지역으로 북서계절풍에 의해 주변 산지의 운모편암이 깎여 바다로 들어간 뒤 파랑을 타고 다시 바닷가로 밀려들거나 파랑의 침식으로 깎여간 침식물이 해안가로 밀려와 쌓여 형성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곳에는 해안 사구만이 갖고 있는 독특한 생태계가 조성돼 전국 최대의 해당화 군락지, 통보리사초, 모래지치, 갯완두, 갯매꽃을 비롯해 갯방풍과 같이 희귀식물들이 분포해 있다. 표범장지뱀, 종다리, 맹꽁이, 쇠똥구리, 사구의 웅덩이에 산란을 하는 아무르산개구리, 금개구리 등도 서식하고 있다. 사구는 육지와 바다의 완충지대로 해안 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으로부터 농토를 보호하고 바닷물의 유입을 자연스럽게 막는 역할을 한다.

신두리 해안사구 입구에 만들어진 비지터센터는 사구 생태공원 안에 있는 각종 동식물과 해안사구에 대한 정보를 입체와 영상으로 재현해 놓은 공간이다. 신두리는 자연적인 특성상 해풍의 영향을 많이 받는 지역이므로 사구지형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고 주변 환경과 수평적 이미지를 극대화할 수 있는 건축물로 설계돼 있다. 전시박물관은 직접 보고 만지고 느끼는 체험 위주의 전시시설로 꾸며졌다.

■지천으로 피어 있는 해당화 '꽃지해변'

충남 태안 하면 안면도, 안면도 하면 '꽃지해변'을 먼저 떠올린다. 그만큼 여행객이 많이 몰리는 명소이기도 하다. 꽃지해변은 즐길거리, 볼거리, 편의시설을 두루 갖추고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예쁜 이름도 호기심을 자아내지만 꽃지가 유명해진 이유 중 하나는 해변에 우뚝 솟은 할미바위, 할아비바위 사이로 떨어지는 아름다운 낙조도 한몫했다. 신라 흥덕왕 때인 838년 해상왕 장보고는 안면도에도 기지를 두었는데 기지사령관이었던 승언과 아내 미도는 부부 금실이 유난히 좋았다. 출정을 나간 승언이 돌아오지 않자 남편을 기다리던 미도는 죽어서 할미바위가 됐고 옆에 있는 바위는 자연스레 할아비바위로 불리게 됐다고 한다.
썰물 때면 두 바위까지 바닷길이 열려 산책할 수 있고 바로 옆 개펄에서는 게, 조개 등을 잡을 수 있어 해변을 거닐던 여행객들의 손길과 발길이 바빠지기 시작한다. 꽃지해수욕장은 안면도에서 가장 큰 해수욕장으로 넓은 백사장과 완만한 수심, 맑고 깨끗한 바닷물, 알맞은 수온과 울창한 소나무 숲으로 이뤄져 있다. 오래 전부터 주변에 해당화가 지천으로 피어 있어 '꽃지'라는 지명을 가진 것으로 전해진다.
[yes+레저] 사막과 초원, 그리고 등대 ‘낯선 태안’과 만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