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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통신사 팔 비틀며 4차 산업혁명이라니

선택할인 25% 모두 반발.. 창의력 북돋진 못할 망정

정부의 통신료 인하 방안은 결국 선택약정 할인율 인상(20%→25%)으로 결론 났다. 25% 할인은 다음달 15일 이후 신규 가입자에게만 적용되며 기존 가입자는 위약금을 물고 재가입해야만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 같은 내용의 행정처분 공문을 이동통신사들에 전달했다. 이를 두고 소비자.시민단체들은 "용두사미이자 대통령의 기본료 폐지 공약 취지에 어긋나는 공약폐기"라며 반발했다. 이동통신업체들 또한 "정부의 지나친 가격개입"이라며 행정소송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정부의 통신료 인하 방안에 모두가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선택약정 요금할인은 소비자가 휴대폰을 구입할 때 단말기 보조금을 받지 않는 경우 통신사로부터 월정요금을 할인받는 제도다. 할인율이 25%로 상향되면 통신사들이 연간 3200억원 정도 매출감소를 볼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선택약정 가입자 비율이 현재의 27%에서 30%로 늘면 연간 5000억원, 40%로 늘면 1조1000억원 타격이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소비자들은 기존 가입자가 배제된 것이 불만인 반면 통신사들은 왜 정부가 기업과 고객 간의 사적인 계약 사항에 끼어들어 손실을 강요하느냐며 불만이다.

통신료 인하는 원래 반시장적인 정책이라 무리가 따르게 마련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기본료 1만1000원 폐지 공약은 적지않은 호응을 얻었으나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이를 강제할 법적 근거가 없다고 보고 공약을 사실상 폐기했다. 그 대안으로 제시된 것이 선택약정 할인 25%, 보편적 요금제 도입, 공공 와이파이 20만개 확충 등이었다. 선택약정 할인율 확대 또한 법적 근거 시비에 휘말리자 정부는 통신사들 동의 없이 밀어붙이게 됐다.

물론 통신비 인하는 5000만 가입자를 의식해 선거 때마다 단골로 등장하는 포퓰리즘 공약이다.
이명박.박근혜정부는 기본료 인하니 가입비 폐지니 해서 가격을 끌어내리려 애썼지만 별 효과가 없었다. 정부가 가격에 지나치게 개입하면 시장 왜곡 등 부작용이 생기기 때문이다.

과기정통부는 22일 문 대통령에 대한 업무보고에서 기초.원천기술에 대한 투자를 강화해 4차 산업혁명 기반을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런 정부가 4차 산업혁명의 핵심분야인 모바일산업의 팔을 비틀어 투자여력을 떨어뜨리고 생태계 약화를 야기한다면 이런 아이러니가 또 어디 있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