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차장칼럼] '김현종의 협상' 시작됐다

[차장칼럼] '김현종의 협상' 시작됐다

문재인정부의 초대 통상교섭본부장 김현종(58). 그는 비주류 아웃사이더다. 고시 출신도 아니다. "내가 스스로를 감히 비주류라고 칭하는 이유 그리고 내 삶을 더욱 치열하게 만든 것은 기존 질서와 기득권의 틀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나의 근성 때문이다."(김현종, 한미 FTA를 말하다. 2010년)

김현종이 돌아왔다. 10년 만이다. 노무현정부에서 한.미 FTA를 출범시키고(2006년 2월 3일) 사실상 매듭지은(2007년 6월 30일) 그다. 지난 4일 통상교섭본부장으로 복귀한 그의 출사표는 숙성되고 강골차다. "지금 변화한 환경에 맞는, 나아가 앞으로 10년 50년까지 내다보는 통상전략을 수립하겠다"는 약속이다.

'김현종의 전략'은 무엇일까. 자서전 격인 그의 책에서 그 전략의 뿌리를 세 가지로 유추해본다.

첫째, 철저함이다. 협상 전 초안을 먼저 만드는 게 그의 원칙이다. 협상의 승기를 잡기 위해서다. 김현종은 "FTA 협상에서 승부의 반은 초안 작업에서 이뤄진다. 나는 이 단계에서 양보할 생각이 전혀 없다. 어떤 국가에도 양보하지 않으려면 더 철저히 준비하고 실력을 갖춰 협상에 임해야 한다"고 했다. 22일 개시된 한.미 FTA 개정 착수 협상에서도 '김현종의 초안'이 있으리라 믿는다.

둘째, 틀을 깨는 일이다. 김현종이 가장 싫어하는 말은 "전례가 없다"는 것. 그는 "자신이 맡은 업무에서 자기만의 해법을 제시하려는 시도조차 않는 일은 스스로가 정해놓은 한계에 갇혀있는 것"이라며 협상단에 창조적 파괴를 요구한다. 한.미 FTA 협상 때도 그랬다. 자신에게는 더 엄격하다. 김현종은 "매사에 어떻게든 기존 질서를 깨고, 나름 쉽고 편한 다수의 길을 선택하지 않았다"고 했다. 타 부처의 강한 견제, 내부 분열에도 '비주류' 김현종이 버틸 수 있는 힘이었다.

셋째, 실익이다. 김현종이 요약하는 한.미 FTA 협상의 교훈은 사실적이다. "패권국은 주는 것보다 더 많은 반대급부를 요구한다. 우리 이익은 우리가 지켜야 한다"이다. 그는 국익 앞에서 돌변하는 강대국의 이기적이며 냉정한 태도를 누구보다 많이 목격했다. 김현종은 "미국과 FTA에서 내 전략은 미국보다 높은 수준의 상품 자유화를 성취한다는 명목적 우위를 점하면서, 결국에는 강국 미국이 우리보다 수치상 더 많은 양보를 하게 만들 생각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통상 책임자의 숙명은 다중인격자가 되는 것"이라고 했다. 김현종은 욕 먹을 각오로 "자신의 목이 여러 개"라며 자리에 연연하지 않았다.

운명은 얄궂다. 세상은 아이러니하다. 김현종은 한.미 FTA 타결 당시 "다시는 재협상이 없을 것"이라는 미국의 확답을 받았다. 그러나 그의 말대로 되지 않았다. 기류도 180도 달라졌다. '보호무역'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은 '반(反)FTA', 우리는 '친(親)FTA'다.
이런 한.미 FTA가 그의 손에 다시 놓여있다. '김현종의 협상'은 시작됐다. 국민들은 10년 전과 다른 시각으로 그를 주목한다.

skjung@fnnews.com 정상균 경제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