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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충제 계란 파문] 난각코드 없는 계란 수두룩.. 정부, 전량회수는 어려울듯

유통경로 추적 난항
닭.계란 축산물이력제 제외.. 난각코드 불량 제품도 많아 유통계란 상당량 이미 소비

정부가 계란에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52개 부적합 판정 농장에서 시중에 유통된 물량의 회수.폐기를 추진하고 있지만 전량 회수는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축산물이력제가 의무 시행되고 있는 쇠고기, 돼지고기 등과 달리 적용품목에서 제외된 닭고기와 계란은 유통경로를 100% 추적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생산지, 생산자 등의 정보가 담긴 난각(계란껍데기) 코드가 없거나 오기된 채 시중에 유통된 경우도 상당해 회수절차에 혼선을 주는 것으로 지적됐다.

22일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이달 15∼18일 나흘간 정부가 실시한 전수조사에서 살충제 성분이 적발된 농장 49곳이 지난 7월 1일부터 8월 15일까지 생산한 계란은 4210만여개로 집계됐다. 통상 세척란의 유통기한이 최장 45일이라는 점에서 전수검사가 시작된 8월 15일을 기준점으로 삼았다.

이 중 압류되거나 폐기된 물량(451만개), 농가로 반품.폐기된 물량(243만개), 가공식품(35만개) 등을 제외하고도 3500만개가량의 계란이 아직 회수되지 않은 채 행방이 묘연하다. 아직 집계되지 않은 회수물량을 감안해도 부적합 판정을 받은 전체 살충제 계란의 15∼20%만 회수된 것으로 파악됐다.

현재 정부가 시중에 유통되는 계란을 회수하는 방식은 업체별 판매장부를 근거로 역추적하거나 부적합 농장의 난각코드를 알림으로써 식용란 수집.판매업자로부터 자발적으로 신고를 받거나 압류하고 있다. 그러나 외국산을 국내산으로 둔갑시켜 판매하는 것을 막기 위해 쇠고기와 돼지고기를 대상으로 시행하고 있는 축산물이력제가 닭고기와 계란에는 적용되지 않아 100% 추적은 사실상 어려운 것으로 지적됐다.

난각코드가 없거나 잘못 찍힌 채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점도 회수를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계란 겉면에는 생산지 시.도 및 생산자를 구분하는 문자나 기호로 구성된 고유 생산자명이 찍혀 있다. 사실상 소비자가 살충제 계란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인 셈이다. 그러나 난각코드가 아예 찍히지 않은 채 유통되거나 생산지역을 나타내는 고유숫자가 다른 지역으로 잘못 찍히는 등 난각코드 제도 관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지난 2010년 난각코드 도입 당시 표시 의무를 수집.판매업자에게 부여하되 생산과 판매를 함께 하는 농장은 난각코드를 자체적으로 찍을 수 있게 했지만 관리.감독이 제대로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부도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난각코드를 수차례 잘못 발표하며 시장의 혼란을 자초했다.

특히 살충제 계란이 검출된 산란계 사육 규모가 적은 일부 영세농장은 음식점, 대형마트 등이 아닌 개인 간 거래로만 계란을 판매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1일 살충제 성분 검출로 부적합 농장으로 지정된 전북 김제시의 '황현우' 농장이 해당된다.
산란계 2500마리를 사육하는 이 농장은 일평균 계란 생산량이 300여개다. 유통된 물량은 많지 않지만 개인 간 거래를 통해 계란을 유통하는 영세농장이 상당수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관리.감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진만 건국대 축산식품공학과 교수는 "시중에 유통된 계란을 전량 회수하기 위해선 유통기록에 대한 이력 추적시스템이 있어야 가능한데 현재 계란에는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상태"라며 "난각코드가 불량인 계란이 시중에 유통된 점을 감안할 때 소비자들이 이미 소비한 것을 제외하더라도 100% 회수는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