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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경기회복 기대감에… 구리·알루미늄값 3년래 최고

금속 등 원자재값 고공행진

글로벌 경기회복 기대감에… 구리·알루미늄값 3년래 최고

【 로스앤젤레스=서혜진 특파원】 글로벌 금속 가격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달러 약세, 금속 공급량 감소, 여기에다 글로벌 경제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금속값을 밀어올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날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9월 인도분 구리 선물가격은 파운드당 3.0070달러를 기록하며 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 따르면 지난주 구리에 대한 순매수 포지션 계약은 12만175건을 기록, 관련 자료가 기록된 이래 사상 최고 수준을 보였다.

아연도 마찬가지다. 이날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아연 3개월물 가격은 t당 3180.5달러까지 올라 2007년 10월 이후 약 10년 만에 최고가를 보였다. 알루미늄값은 지난주 3년래 최고 수준으로 올랐고 철광석값 역시 지난 5월 말 이래 35% 뛰었다.

금속값 급등으로 광산주도 동반 상승했다. 세계 최대 구리.석탄.아연 생산업체인 글렌코어의 주식가격은 지난 6월부터 이달 21일까지 20% 상승했다. 세계적 광산업체 프리포트-맥모란의 주가는 같은 기간 28% 올랐다. 모간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세계 금속.광업지수는 지난 5월 이후 13% 상승했다.

이처럼 금속 원자재값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이유 중 하나는 글로벌 경제에 대한 낙관론도 한몫하는 것으로 보인다. 통상 투자자들은 금속수요를 경기회복의 주요 척도로 삼고 있다. 글로벌 경기회복으로 가는 길목에 건설, 항공, 스마트폰 생산 등 각종 분야에서 사용되는 금속 수요 증가가 있다는 믿음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4월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4%에서 3.5%로 상향조정했다. 세계 최대 금속 소비국인 중국의 올해 및 내년 GDP 성장률 전망치도 각각 상향됐으며 유로존 역시 정치적 위험요소 감소로 성장률 전망치가 올랐다.

금속 공급 부족에 대한 우려도 금속값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중국이 '부패와의 전쟁'의 일환으로 알루미늄 정제생산능력을 줄이고 불법 금속생산업체들을 단속하면서 최근 알루미늄 가격이 상승했다. 국제구리연구그룹(ICSG)에 따르면 올해 정제구리 수요량과 생산량이 거의 같은 수준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반면 공급량은 점차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달러 약세 역시 금속값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 달러 가치가 하락하면 달러 표시 자산인 금속 원자재 가격도 낮아지는 효과가 나타나 금속 원자재 수요가 늘어나게 된다. 16개 통화 대비 달러가치를 나타내는 WSJ달러지수는 올 들어 7%가량 하락했다. 크리스토퍼 라페미나 제프리스 애널리스트는 "구리 등 원자재값 상승이 이제 막 시작됐다"며 "앞으로 더 상승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금속값 상승이 향후 물가를 견인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인플레이션 목표 달성에 기여해 금융위기 이후 통화정책 정상화를 준비하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등 각국 중앙은행들의 숨통을 터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금속값이 투기세력의 영향으로 치솟았다며 올해 하반기에 하락세로 돌아설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코메르츠방크 애널리스트는 "우리는 현재 가격이 이치에 맞다고 보지 않는다"며 "금속값이 상승 일변도로 움직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sjmary@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