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기싸움만 하다 끝난 한·미 FTA 공동위

한.미 FTA 공동위 첫 회의 어떤 합의도 없이 종료
한국 "효과 분석 먼저"
미국 "즉시 개정해야"

기싸움만 하다 끝난 한·미 FTA 공동위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 사진=김범석 기자

기싸움만 하다 끝난 한·미 FTA 공동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을 논의하기 위한 첫 공동위원회가 22일 시작됐다. 한국 대표인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위쪽 사진)과 마이클 비먼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보가 공동위 회의 참석을 위해 서울 을지로 롯데호텔에 들어서고 있다. 사진=김범석 기자

미국이 요구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을 놓고 양국 통상당국은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22일 서울에서 열린 한.미 FTA 공동위원회 특별회기는 양국 간 합의 없이 이날로 종료됐다.

"FTA 즉각 개정" 입장을 고수한 미국과 "FTA 효과 분석이 선행돼야 한다"는 우리 입장이 팽팽히 맞선 결과다. '선(先)조사, 후(後)논의' 원칙을 일관되게 내세운 우리 측의 강경한 태도에 미국은 견해차만 확인하고 돌아선 셈이다. 일단 미국은 이날 회담에서 우리측 'FTA 효과에 대한 공동분석'에 대해 확답을 하지 않았는데, 이에 동의할지는 미지수다.

다만 한반도 안보 이슈가 고조된 상황에서 FTA 개정을 놓고 미국의 압박은 한층 거세질 것이 확실시된다. FTA 시비는 물론 미국의 한국산 제품에 대한 반덤핑조치 강화 등 한.미 양국 간 통상문제의 불확실성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이날 양국 간 첫 공동위 회의 종료 후 기자회견에서 "이번 공동위 특별회기에서 양측은 어떤 합의에도 도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한.미 FTA 효과, 미국 무역적자 원인, FTA 개정 필요성 등에 대해 상호간에 이견이 존재함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양국 시각차는 명확했다. 미국 측은 예상대로 한.미 FTA 이후 미국의 상품수지 적자(2016년 277억달러)가 2배로 늘어난 점을 꺼냈다. 김 본부장은 "미국 측은 자동차.철강.정보기술(IT) 분야의 교역불균형 문제를 제기했다. (자동차 원산지 검증 등) 기존 이행 이슈 해결과 한.미 FTA를 개정 또는 수정해 이를 시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고 말했다.

반면 우리 측은 그간 방어적 자세에서 '공세적 기조'로 전환했다. 미국이 주장하는 대(對)한국 무역적자는 FTA가 원인이 아니라는 점을 이날 강력한 어조로 전달했다. 김 본부장은 "미국의 대한 상품수지 적자는 미시적·거시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한.미 FTA는 상품, 서비스(2016년 미국 서비스흑자 101억달러), 투자(2012년부터 5년간 대미투자 370억달러) 등을 종합적으로 볼 때 양측의 상호 호혜적으로 이익 균형이 되고 있음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우리 측은 개정 논의에 앞서 양국 전문가들이 한.미 FTA 효과와 미국 무역수지 적자 원인에 대해 조사·분석·평가할 것을 재차 요구했다. FTA 개정은 일방이 요구해서 되는 일이 아니다. 양측의 합의가 전제돼야 한다. 김 본부장은 "협정문 22조 7항에도 공동위의 모든 결정은 양 당사국의 합의, 즉 컨센서스로 정하도록 돼 있다"며 미국의 일방적인 FTA 개정 요구에 대한 '불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앞으로가 문제다. 양측은 향후 협의일정을 정하지 않았다. 미국 대표단은 귀국 후 한국 측의 'FTA 효과 공동조사' 제안을 수용할지, 다른 대안을 낼지 알 수 없다.
김 본부장은 "미국은 (FTA 효과 분석 요구에) 동의하지 않았다. 답변을 기다리겠다. 앞으로도 공동위의 틀 내에서 열린 자세로 미국 측과 적극적으로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skjung@fnnews.com 정상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