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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해양진흥公 출범 이를수록 좋다

해운업 숙원…내년 6월 목표.. WTO 규정 위반 신경 써야

한국해양진흥공사가 이르면 내년 6월 출범한다. 해양수산부는 24일 '한국해양진흥공사법' 제정을 연내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해수부 산하 공기업이지만 금융 건전성은 금융위원회가 점검한다. 해양진흥공사가 가진 산업.금융 두 측면을 두루 고려한 결과다. 공사 설립은 국내 해운업계의 숙원이다. 정치권에서도 오랜 논의를 거쳤다. 계획대로 내년 상반기 공사 출범이 이뤄지길 바란다.

참 먼 길을 돌아 여기까지 왔다. 2008년 금융위기가 터진 뒤 세계 해운시장은 불황에 빠졌다. 한진해운.현대상선 등 메이저 선사를 거느린 해운강국 한국도 타격을 입었다. 벌써 그때부터 해운업을 지원하는 기구를 따로 둬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박근혜정부에선 선박금융공사 논의가 오갔다. 그러나 말만 무성할 뿐 이행은 더뎠다. 그러다 2014년 12월에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공동출자한 한국해양보증보험이 출범했다. 이어 올 1월엔 한국선박해양이 부산국제금융센터(BIFC)에 둥지를 틀었다. 한국선박해양 역시 산은.수은과 캠코가 출자했다. 해양진흥공사 설립은 이 같은 긴 여정에 마침표를 찍는 의미가 있다.

해양진흥공사는 한국선박해양과 한국해양보증보험을 흡수 통합한다. 명실상부한 해운 지원 전담기구로 거듭나는 셈이다. 공사 본사는 부산에 두기로 했다. 해운산업 지형을 고려할 때 당연한 선택이다. 작년 한진해운이 파산한 뒤 한국 해운산업은 잔뜩 쪼그라들었다.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에서 해운의 전략적 가치를 가볍게 본 결과다. 현장에선 대형 외국 선사들 목소리가 더 커졌다. 우리 수출기업들이 외국사 눈치를 본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해양진흥공사는 이 같은 불균형을 바로잡을 중책을 맡고 돛을 올린다.

다만 몇 가지 주의할 대목이 있다. 먼저 해양진흥공사 설립이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에 걸리지 않도록 세심한 신경을 써야 한다. WTO는 특정산업에 대한 정부 보조금에 제동을 건다. 조선업 부실을 구조조정할 때도 일본 등 경쟁국 눈치를 살펴야 했다. 같은 맥락에서 해운업계도 정부 지원에 지나치게 의존하려는 태도를 버려야 한다.
여론은 부실기업 지원에 호의적이지 않다. 해운업 같은 전략산업도 예외일 수 없다. 장기적으론 우리도 외국처럼 선박 관련 금융을 민간에 맡기는 시스템으로 옮겨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