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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일자리 예산 늘리는 게 능사는 아니다

내년에 12% 증액 예상.. 유사·중복 정비가 우선

정부는 내년 일자리 예산을 올해보다 12% 늘리기로 했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4일 열린 경제장관회의에서 이같이 밝혔다. 김 부총리는 "일자리 양을 대폭 늘리고, 최저임금 인상을 통해 적정수준의 임금소득을 보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증액된 예산은 공무원 증원, 최저임금 인상, 중소기업 신규 고용 확대 등에 사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의 일자리 예산 증가율은 전체 예산증가율(6~7%로 예상)의 거의 두 배 수준이다. 우리 경제가 저성장 고착화와 고용 없는 성장으로 심각한 일자리 부족에 시달리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지난 6월의 청년실업률은 10.5%로 외환위기를 맞았던 1999년(11.3%) 이후 18년 만에 가장 높았다. 지난달에는 실업자 중 6개월 이상 구직활동을 하고도 일자리를 찾지 못한 장기백수 비중이 외환위기 수준으로 치솟았다. 고용의 양과 질이 모두 좋지 않다. 악화일로에 있는 일자리 문제의 심각성을 감안하면 정부가 문제 해결을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것은 공감이 가는 일이다.

그러나 문제 해결의 방법론은 동의하기 어렵다. 첫째 지출의 효율성 문제다. 현재 일자리사업은 중앙의 개별부처와 광역.기초단체를 합쳐 4300여개에 달한다. 여기에 투입되는 예산만 연간 20조원이나 된다. 매년 이렇게 많은 사업에다 돈을 쏟아붓고 있는데도 왜 일자리 사정이 조금이라도 개선되는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 것인지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실효성 없는 사업들이 중구난방으로 추진되다 보니 정책의 효과는 부진하고 예산만 낭비되는 실정이다. 사업의 성과를 분석하고 부진한 사업들을 대대적으로 정비하는 작업이 선결과제다. 그런 과정 없이 예산만 늘리는 것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일 뿐이다.

둘째 재정건전성 문제다. 정부는 재정지출 증가율을 7%로 높일 계획이다. 이는 경상성장률(4~5%)을 훨씬 상회한다. 버는 것보다 더 많이 쓰면 그 차액은 빚으로 남아 후손에게 떠넘겨진다. 정부는 국가채무비율이 걱정할 수준이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그렇게만 볼 수 없다. 고령화와 국민소득 수준을 반영한 국가채무비율은 우리가 주요 선진국들보다 높다. 부득이 일자리 예산을 대폭 늘려야 한다면 최소한 정부가 약속한 11조원 규모의 세출 구조조정을 확실히 이행해야 한다.

셋째는 일자리 해법의 시각에 관한 문제다. 김 부총리는 세금으로 공공 일자리를 늘려 일자리→분배→성장의 선순환 구도를 복원한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정부의 역할은 기업의 투자와 고용 확대를 이끌어내는 마중물이다. 규제완화 등 기업의 투자환경 개선 대책이 동반되지 않으면 일자리 정책은 성공하기 어렵다. 시장경제체제에서 고용의 주체는 정부가 아니라 기업이란 점을 되돌아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