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

[삼성 이재용 1심 징역 5년] 미르·K스포츠 출연 무죄.. 정유라 지원이 뇌물 판결 결정타

무죄 판결 살펴보니
미르·K스포츠 213억 출연, 삼성물산 합병 등 개별현안 부정한 청탁 없었다고 판단
유죄 단초는 정유라.. 몰랐다던 崔에 이익 제공하며 재산국외도피 등 줄줄이 유죄
항소심서 ‘양형’ ‘유무죄’ 공방

[삼성 이재용 1심 징역 5년] 미르·K스포츠 출연 무죄.. 정유라 지원이 뇌물 판결 결정타

법원이 25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실형을 선고한 데는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딸인 정유라씨의 승마지원 금액 상당부분을 유죄로 판단한 것이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선고형량은 특검의 구형량(징역 12년)보다 대폭 낮았지만 뇌물공여 혐의 일부가 유죄로 인정되면서 재산국외도피나 횡령 혐의도 줄줄이 유죄가 선고돼 실형을 피하지는 못했다.

■뇌물 일부 유죄로 다른 혐의도 유죄

법조계에 따르면 특검이 이 부회장에게 적용한 뇌물공여 혐의는 단순 뇌물과 제3자 뇌물로 구분된다.

재판부는 우선 정유라씨에 대한 78억원 상당의 승마훈련 지원부분인 단순 뇌물 혐의와 관련해 "이 부회장이 관여했다고 볼 수 있다"며 유죄로 봤다.

법원은 특검이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삼성물산 합병건 등 개별 현안에 대한 이 부회장 측 청탁도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 부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단독면담을 한 2015년 7월 25일에는 이미 국민연금공단이 주주총회에서 합병 찬성 의결권을 행사해 최대 현안이 해결된 이후라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그러나 이 부회장이 대통령의 승마지원 요구가 최씨와의 공모에 따른 정씨 개인에 대한 승마지원 요구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최씨에 대한 이익 제공이 은밀히 이뤄진 점 등을 근거로 대가 관계를 인정했다. 최씨가 실질적으로 지배한 것으로 알려진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대한 지원(16억2800만원)도 뇌물로 인정했다.

반면 특검이 주장한 뇌물 약속액 213억원은 인정되지 않았다. 아울러 단순 뇌물죄와 달리 '부정한 청탁'이 있었는지 여부가 전제가 된 제3자 뇌물죄, 즉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204억원)에 대해서는 전부 무죄로 판단했다. 지난 3월 박 전 대통령 탄핵결정 당시 헌법재판소가 기업들의 재단출연금 성격에 대해 "대통령의 권한을 이용해 해당 기업의 재산권 및 기업경영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며 정권의 강요에 따른 피해로 본 것과 궤를 같이한 것이다.

특검의 공소사실은 이 부회장이 회삿돈으로 뇌물을 건네면서 횡령 혐의가 붙고 이 금액 중 일부가 최씨가 있는 독일로 간 뒤 정유라씨의 '말(馬) 바꾸기' 등으로 세탁되면서 재산국외도피, 범죄수익은닉 등의 혐의가 추가되는 구조다. 따라서 '뇌물' 혐의가 일부 인정되면서 이와 직접적으로 연결돼 있는 다른 혐의들도 줄줄이 유죄가 선고됐다. 이 부회장이 최씨 측에 실제 지급한 298억2535만원에 대해 특검이 적용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혐의 일부가 이날 유죄로 인정된 것도 이런 법리 구조에 따른 것이다.

이 밖에 재판부는 국회 국정조사청문회에서 안민석, 황영철 의원의 질의에 "최씨와 정씨를 인지하지 못했고 승마지원을 보고받지 못했다"고 답변한 위증 혐의도 유죄로 인정했다.

■항소심, 양형이냐 유무죄 공방이냐

특검과 이 부회장 측은 그간 53차례나 진행된 재판에서 시간의 상당부분을 뇌물공여 혐의의 유무죄를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여왔다. 하지만 이날 혐의가 유죄로 인정된 만큼 항소심에서도 1심과 같은 진실공방이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특히 이날 재판부가 승계작업 추진이 이 부회장의 사익을 위한 것으로 단정하기 어렵고, 대통령 요구를 거절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한 부분을 근거로 항소심에서도 전부 무죄를 주장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법조계 전망이다. 재판부는 "직접 대통령으로부터 승마와 영재센터에 대한 적극적이고 구체적인 지원 요구를 받은 당사자로서 대통령 요구를 쉽사리 거절하거나 무시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며 "뇌물공여 의사결정 과정에서 다소 참작할 만한 사정이 있고, 승계작업 추진이 오로지 피고인만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도 없다"고 밝혔다.


형사 전문 A변호사는 "유죄가 인정된 재산국외도피죄가 형량이 센 데다 뇌물 혐의와 연결고리가 있는 만큼 항소심에서도 변호인단 추가 선임 또는 교체 등을 통해 무죄 주장을 더욱 강하게 밀고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반면 1심 전략을 바꿔 양형 부분을 다퉈 집행유예를 노릴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B변호사는 "집행유예가 가능하려면 징역 3년 이하의 형량이 나와야 된다는 점에서 1심 형량보다 2년의 징역형을 줄이기 위해 일부 혐의를 인정하면서 양형이 가혹하다는 점을 부각시킬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