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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성장 누르는 8·2대책, 보완책 따라야

집값 전망지수 뚝 떨어져.. 냉탕·온탕 악순환 끊어야

8월 소비가 한풀 꺾였다. 지난주 한국은행에 따르면 8월 소비자심리지수는 109.9로 전달에 비해 1.3포인트 떨어졌다. 여섯달 동안 이어지던 지수 오름세가 꺾였다. 한은은 북핵 리스크가 소비심리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했다. 주택가격전망CSI(소비자동향지수)는 이보다 더 드라마틱하다. 1년 뒤 집값 전망을 물었더니 전달보다 16포인트 급락한 99에 그쳤다. 이는 한은이 관련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13년 이래 최대폭 하락이다. 두말할 나위 없이 문재인정부가 단단히 마음먹고 내놓은 8.2 부동산 대책이 영향을 끼쳤다.

슬슬 성장률이 걱정이다. 올해 북핵 리스크는 여느 해보다 크다. 한반도 위기는 우리 통제권 밖의 돌발변수라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 반면 8.2 부동산 대책은 전적으로 우리가 만든 성장률 저하 변수다. 정책 자체가 잘못이라는 얘기가 아니다. 아파트 투기를 잡겠다는데 누가 반대하겠는가. 다만 고강도 대책을 밀어붙이면 부작용이 불가피하다.

박근혜정부는 반면교사다. 당시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같은 부동산 관련 금융대출 규제를 대폭 풀었다. 야당은 '빚내서 집 사라는 거냐'고 비판했다. 그럼에도 최 부총리는 이를 강행했다. 그 덕에 박근혜정부에서 성장률은 2% 아래로 떨어지지 않았다. 요컨대 성장률과 부동산 거품을 맞바꾼 셈이다.

문재인정부는 그 뒤치다꺼리를 하고 있다. 그런데 그 방식이 거칠다. 거품을 한 방에 잡겠다고 나섰다. 그 과정에서 무리가 잇따른다. 불시에 은행 대출 길이 막힌 사람들은 지난주 금융위원회를 항의 방문했다. 박근혜정부가 성장률에 집착해 푸는 데 주력했다면 문재인정부는 그저 조이기만 한다. 이런 냉.온탕 정책을 언제까지 봐야 하나.

이달 초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집을 여러 채 가진 이들을 겨냥해 "꼭 필요해 사는 것이 아니면 파시라"고 말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김 장관 스스로 2주택자다. 장관 중에 2주택자가 꽤 된다. 문 대통령을 비롯해 청와대 쪽도 마찬가지다. 장하성 정책실장, 조국 민정수석도 두 채다.

집 두 채 가진 장관, 청와대 참모를 비난할 생각은 없다. 잘 들여다보면 투기 목적으로 다주택자가 된 것 같진 않다. 이는 다른 다주택자들도 대부분 마찬가지 아닐까. 진짜 투기 목적으로 집을 여러 채 사서 굴리는 투기꾼은 소수다. 이들 몇 명을 잡겠다고 성장률을 누르는 정책을 쓰는 게 과연 올바른 선택일까. 오락가락 냉.온탕 정책은 더 이상 없으면 좋겠다.
차지도 뜨겁지도 않은 '겸손한' 정책을 얼마든지 쓸 수 있다. 성장률이 떨어지면 고용에도 나쁘다. 8.2 대책은 보완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