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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흔들리지 말자"는 삼성 경영진의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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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력 믿고 맡기는 게 최상책.. 정치권도 왈가왈부 그쳐야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이 28일 사내 메시지를 통해 "지금까지 묵묵히 일해온 것처럼 앞으로도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줄 것을 당부한다"고 말했다. 권 부회장은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이다.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된 뒤 대내외적으로 그룹을 대표한다. 이 부회장 판결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권 부회장이 내놓은 메시지는 울림이 크다.

지금 삼성에 가장 필요한 것은 다름아닌 평상심이다. 권 부회장은 "'흔들림 없이' 진실이 밝혀지기를 기다리자"고 호소했다. 그래야 한다. 삼성은 장기 총수 공백을 '흔들림 없이' 견뎌야 한다. 삼성전자가 흔들리면 내심 가장 기뻐할 곳은 해외 경쟁사들이다. 삼성전자는 맞수 애플과 인텔을 제쳤다. 일본 전자업체들은 삼성을 꺾으려 절치부심하고 있다. 사방에 적들이 우글거린다. 5년 총수 공백은 이들에게 좋은 기회다.

권 부회장은 "지금 회사가 처한 대내외 경영환경은 우리가 충격과 당혹감에 빠져 있기에는 너무 엄혹하다"고 말했다. 올바른 진단이 아닐 수 없다. 4차 산업혁명과 그에 따른 눈부신 혁신은 일등기업이라고 봐주지 않는다. 오히려 일등이라고 자만하는 순간 더 빠른 속도로 추락한다. 삼성이 총수 공백이라는 사상 초유의 위기를 극복하려면 '힘과 지혜'를 모으는 수밖에 없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와 피치 등 국제 신용평가사들은 1심 판결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에 매긴 신용등급을 바꾸지 않았다. 등급 전망도 '안정적'으로 유지했다. 이는 국제 금융계에서 삼성전자를 보는 시각을 대변한다. 그만큼 속이 꽉 찬 기업이란 뜻이다. 실제 2016년 갤럭시노트7 발화 사건 때 삼성전자는 전 세계 리콜 결정으로 고객 신뢰를 쌓았다. 올 들어선 반도체 호황으로 역대급 실적을 올리고 있다. 삼성이 지금처럼만 한다면 신용등급은 떨어질 이유가 없다.

정치권도 왈가왈부를 그치면 좋겠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8일 "재판부는 (5년) 최저형을 선고함으로써 재벌에 약한 사법부, 솜방망이 처벌에 그쳤다는 비판을 자초했다"고 말했다. 정권의 재벌 때리기는 남 좋은 일만 시키는 격이다. 외신들은 일제히 삼성전자가 사업상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전망했다. 전략적 대형투자가 늦어질 것이란 예측도 이어졌다. 싫든 좋든 재벌은 한국 경제의 소중한 자산이다. 형량은 법원 판단을 존중하면 된다.
우리 스스로 공든 탑에 발길질을 해서야 되겠는가.

80년 가까운 역사에서 삼성은 여러번 위기를 겪었지만 그때마다 다시 일어섰다. 국내 최대를 넘어 세계 초일류 전자업체로 우뚝 섰다. 저력을 믿고 맡기자. 공연히 옆에서 집적대지만 않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