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

[fn사설] 北 미사일에 신속 대응한 日서 배워야

5분만에 대피 경보 발령.. 우리는 의례적인 훈련만

북한이 29일 평양 순안비행장에서 일본 영공 너머로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을 발사했다. 그러자 일본 정부는 발사 5분 뒤 전국 경보시스템을 가동했다. 아베 신조 총리는 오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긴급 통화를 통해 대책을 협의했다. 예고 없는 발사였는데도 일본의 안보 대응시스템이 매우 기민하고 정확히 작동하는 모습을 보여준 셈이다. 북한의 미사일을 머리에 이고 사는 우리가 오히려 배워야 할 판이다.

북한이 인공위성용 로켓 발사로 포장하지 않고 대놓고 탄도미사일을 일본 상공으로 쏘아올린 것은 처음이다. 그래서인지 이날 일본 조야는 벌집을 건드린 듯한 분위기였다. 아베 총리는 새벽부터 진두지휘했다. 관저에서 발사 보고를 받고 4분 만에 "정보 수집·분석에 전력을 다하고 국민에게 신속히 알리라"고 첫 지시를 내렸다. 이에 따라 일본 소방청은 북한의 미사일이 일본 상공에 도달하기 전에 동북부 12개 광역단체 주민에게 대피하라는 휴대폰 메시지를 보낼 수 있었다. 해당 지역 신칸센이 운행을 중단하고 거리의 시민들이 지하철역 등으로 피신한 건 물론이다. 일본의 민.관이 놀라울 정도로 빠르고 일사불란한 조기경보 대응역량을 보여준 셈이다.

그렇다면 형식적인 민방위훈련 등 우리의 느슨한 자세를 돌아볼 때다. 우리는 그간 본 난에서 단호하게 북 핵.미사일을 불용한다는 입장을 천명하면서 내부적으로 조용히 대비하라고 주문했다. 지나치게 호들갑을 떨 필요까지는 없다고 전제하면서다. 하지만 근래 정부의 대응은 두 가지 측면에서 모두 그다지 미덥지 않은 느낌을 주고 있다.

무엇보다 정부가 북 도발에 대해 오락가락하는 듯한 메시지를 내놓고 있다면 문제다.
며칠 전 북측이 단거리미사일을 쏘아 올렸는데도 '300㎜ 방사포'라면서 저강도 도발로 애써 평가절하한 게 단적인 사례다. 그러다 29일 IRBM을 발사하자 폭탄 투하훈련을 실시하긴 했다. 하지만 "태평양을 향해 미사일 훈련을 많이 할 것"이라고 한껏 호기를 부리는 북 김정은이 아닌가. 월남전에서나 쓰던 재래식 폭탄 투하연습으로 '강력한 응징능력'을 보여줬다고 자찬할 일인가. 정부는 대화를 통한 북핵 해결이라는 고정관념에 매달리지 말고 급변하는 상황을 정확히 진단해 입체적 새 전략을 짜는 유연성을 발휘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