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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레저] 가을의 문을 여는 작은 축제들

[yes+레저] 가을의 문을 여는 작은 축제들
가을 문턱에 들어서는 9월에는 계절의 변화를 알리는 다양한 축제가 전국 각지에서 열린다. 전남 영광에서 매년 9월 중순 열리는 '영광불갑산 상사화축제'를 찾은 한 여행객이 붉게 핀 꽃무릇 사이를 걷고 있다.

가을의 문턱으로 들어서는 9월, 온가족이 함께 축제에 참가해 행복을 나누기에도 좋은 계절이다. 각 지자체는 9월이 다가오면 가을을 주제로 한 각종 축제를 열어 여행객을 맞이한다. 먹을 것이 넘치고 풍족하니 인심도 절로 넉넉해지면서 흥이 차오른다. 가을의 붉은빛으로 치장한 단풍과 감각적인 예술 공연, 군침 도는 맛있는 축제와 지식의 목마름을 해결할 다양한 행사들. 새파랗게 높은 하늘과 그림 같은 풍경 속에서 원없이 찍는 셀카는 덤이다. 한국관광공사가 소개하는 전국의 '작은 축제'들을 찾아 떠나보자.

[yes+레저] 가을의 문을 여는 작은 축제들
강원 평창 백일홍축제의 흥을 돋우는 풍물패

■평창백일홍축제.. 봉평 메밀꽃이 질 무렵, 100만송이 붉은 꽃이 핀다

해마다 9월이면 강원도 평창에 희고 붉은 꽃이 만발한다. '소금을 뿌린 듯이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인 메밀꽃이 먼저 눈에 띈다. 소설 못지않게 유명한 봉평의 메밀꽃이 질 무렵, 이번에는 붉은 꽃바다가 사람들을 초대한다.

평창강 둔치 약 3만㎡(약 9000평)에 가득 핀 백일홍을 즐기는 평창백일홍축제가 23일부터 10월 8일까지 열리기 때문이다. 지난 2015년부터 시작된 평창백일홍축제는 새내기 축제에 가깝다. 하지만 100만송이 백일홍이 바람에 출렁이는 꽃물결이 입소문을 타고 해마다 더 많은 이들을 불러들인다. 멕시코에서 태어난 백일홍은 국화과 한해살이풀이다. 이름처럼 초여름부터 가을까지 100일이 넘도록 붉은 꽃을 피운다. 곧게 뻗은 줄기 꼭대기에 소담스런 꽃이 피는 백일홍은 관상용으로 사랑받으면서 전 세계에 퍼졌다. 덕분에 다양한 품종이 개량돼 종류마다 꽃의 크기와 색깔, 꽃잎의 숫자가 다르다. 언뜻 붉게 보이는 백일홍 꽃밭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빨간색, 주황색, 분홍색뿐 아니라 희거나 노란 꽃까지 알록달록하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스키점프 경기가 열리는 알펜시아 스키점프센터, 월정사 천년의 숲길, 무이예술관 등도 가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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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영동 난계 국악축제 국악공연

■영동난계국악축제.. 박연의 고향에서 국악한마당

충북 영동군 심천면은 난계 박연(1378~1458)의 고향이다. 박연은 우륵, 왕산악과 함께 우리나라 3대 악성으로 불리는 인물. 우륵과 왕산악이 각각 가야금과 거문고로 유명하다면, 박연은 편경을 개량하고 조선 초기 궁중음악을 정리해 조선왕조가 국가체제를 완비하는 데 큰 공을 세웠다.

21일부터 24일까지 충북 영동군 영동천 일대에서 영동난계국악축제가 열린다. 난계 박연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시작한 행사가 이제 국악 연주자와 학자, 일반인이 어울리는 대표적인 국악 축제로 자리매김했다. 축제에서는 난계국악단의 흥겨운 국악 공연과 다양한 퓨전 국악 연주, 조선시대 어가 행렬과 종묘제례악 시연이 이어진다.

영동난계국악축제 기간 영동천 일원에서는 대한민국와인축제도 열리니 함께 돌아보면 좋다. 박연이 자주 가서 피리를 불었다고 박연폭포라고도 불리는 옥계폭포, 초가을 정취가 그윽한 강선대, 울창한 소나무 숲이 일품인 송호국민관광지, 영화 '집으로' 첫 장면을 촬영한 도마령 등 영동의 명소도 들러보자. 피라미를 튀긴 도리뱅뱅이와 금강에서 잡은 물고기로 끓인 어죽이 영동 여행을 맛있게 만들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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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영광 천일염 갯벌축제에서 갯벌멀리뛰기를 하고 있는 여행객

■영광불갑산 상사화축제.. 초록빛 꽃대 위에 핀 붉은융단, 법성포 굴비 맛은 덤

전남 영광 불갑산 숲 그늘이 붉다. 길고 말쑥한 연두색 꽃대 위에 선홍빛 꽃이 노을처럼 피었다. 멀리서 보면 초록빛 숲 그늘에 깔린 붉은 융단 같고, 가까이서 보면 화려한 왕관 같다. 또 누구는 꽃잎보다 꽃술이 훨씬 길어 붉은 마스카라를 칠한 여인의 속눈썹 같다고 한다.

9월 중순 전후로 만개하는 꽃무릇 얘기다. 그 붉은 꽃바다에 풍덩 빠질 수 있는 기회가 영광불갑산 상사화축제에 있다. 국내 최대 상사화 군락지에서 열리는 축제로, 꽃무릇을 포함해 진노랑상사화와 분홍상사화 등이 서식해 상사화축제라는 이름이 붙었다.

올해로 17회를 맞는 축제는 15~24일 불갑사 관광지구 일원에서 열린다. '상사화 꽃길 걷기' '상사화 결혼식' '참사랑 소원등(燈) 달기' '상사화 야간 퍼레이드' 등 주요 프로그램 가운데 인도 공주와 경운스님의 설화를 배경으로 다양한 캐릭터가 등장하는 상사화 야간 퍼레이드가 눈길을 끈다. 시간이 넉넉하면 14~17일 두우리갯벌에서 열리는 영광천일염.갯벌축제에도 다녀오길 권한다. 드라이브 코스로 유명한 백수해안도로에서 낙조를 감상하거나 법성포에서 푸짐하고 먹음직스런 굴비정식을 맛봐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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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삼을 찾아라’ 이벤트에 참가한 여행자들

■함양산삼축제.물레방아골축제.. 산삼 한뿌리 먹고 ‘불끈’

산 좋고 물 좋은 경남 함양은 9월에 더 특별하다. '100세 청춘 실현'을 내건 함양산삼축제와 한바탕 신명 나는 물레방아골축제 때문이다. 함양의 대표적인 두 축제가 같은 기간(8~17일)에 열리는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올해로 14회를 맞는 함양산삼축제는 함양의 산삼을 맛보고 즐기는 건강 축제다. 산삼이라고 하면 가격 부담 때문에 엄두도 못내는 이들이 대부분. 함양산삼축제에 가면 저렴한 산삼부터 고가의 산삼까지 한자리에서 구경하고 맛볼 수 있다.

함양산삼축제가 건강 축제라면, 물레방아골축제는 문화예술 축제다.
56년 역사를 자랑하는 함양물레방아골축제는 함양의 옛 지명인 '천령'이라는 축제를 진행하다가, 2003년 크고 작은 축제를 통합해 물레방아골축제로 이름을 바꿨다. 올해는 '보고 즐기고 화합하고'라는 주제 아래 '전국지리산트로트가요제' 등 각종 예술경연 행사가 열린다. 신나는 축제와 황홀한 꽃구경을 즐긴 뒤에는 함양의 양반문화를 엿볼 차례다. 조선시대 성리학의 대가 정여창(1450~1504)의 흔적을 따라 개평한옥마을과 남계서원을 둘러보고 그림 같은 정자가 인상적인 화림동계곡도 거닐어보자.

yccho@fnnews.com 조용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