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

[fn사설] 한국당, 정기국회 보이콧 지나치다

민생·안보 외면한 정치놀음.. 당장 국회 들어와 협치해야

자유한국당이 MBC 김장겸 사장에 대한 체포영장 발부에 강력 반발해 정기국회 의사일정 전면 보이콧을 선언했다. 107석에 달하는 제1야당의 의사일정 전면 거부에 따라 문재인정부 첫 정기국회는 시작부터 파행이 불가피하게 됐다. 당장 4일로 예정된 더불어민주당 원내교섭단체 대표연설과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처리는 물론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도 줄줄이 무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물론 야당인 국민의당, 정의당은 일제히 한국당을 비난하고 나섰다. 같은 보수성향 야당인 바른정당도 "근본적인 원인은 문재인정부의 독선"이라는 전제를 달았지만 정기국회 보이콧이 최선이 아니라고 평가했다. 야권 내에서도 의견이 갈리는 사안을 두고 한국당이 초강수를 둔 것은 설득력이 없다. 내년 6월 치러지는 지방선거를 앞둔 정략적 판단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문제는 민생이다. 이번 정기국회는 부자 증세, 비정규직 제로화, 최저임금제, 통상임금제 입법화 등 현안이 산적하다. 특히 429조원짜리 슈퍼 예산이 핵심 쟁점이다. 내년 예산은 올해보다 7.1%나 늘어나 2009년 이후 증가율이 가장 높다. 야당은 내년 예산안을 '복지 포퓰리즘'으로 규정했다. 무분별한 선심 예산으로 나라살림이 거덜나선 안 된다. 국회의 가장 기본적인 임무는 정부의 예산이 방만하게 쓰이지 않도록 감시하는 일이다.

국회 파행이 길어지면 여권이 추진하는 국정개혁에도 치명타다. 문재인정부가 확정한 100대 국정과제를 이행하려면 400여건의 법률 제.개정이 뒤따라야 한다. 대통령이 바뀌었다고는 하지만 국회가 예산과 입법으로 뒷받침하지 않으면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 여소야대 국회의 한계다. 국정의 책임을 지고 성과를 내야 하는 청와대와 여당도 더 인내하며 야당과 소통해야 한다.

가뜩이나 지금 한국은 외교.안보.경제적으로 심각한 위기다. 북한은 며칠이 멀다 하고 미사일을 쏴대더니 결국 1년 만에 다시 핵실험을 강행했다.
중국의 사드 경제보복이 채 풀리기도 전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미 자유무역협정 개정을 넘어 폐기 카드까지 꺼내들었다. 여야가 합심해 대처해도 모자랄 판이다. 한국당은 당장 국회로 들어와 여야와 머리를 맞대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