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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러 정상회담] 한·유라시아 FTA 추진 합의… 양국 경협으로 北 변화 유도

문 대통령 "남.북.러 3각 협력 기반 다지자" 제안
푸틴 "유조선 15척 한국서 건조될 것" 화답

[한-러 정상회담] 한·유라시아 FTA 추진 합의… 양국 경협으로 北 변화 유도
평창올림픽 마스코트 선물하는 문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이 6일 오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극동거리에 있는 2018 평창 동계올림픽 홍보부스를 방문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평창 동계올림픽 마스코트 '수호랑'을 선물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러 정상회담] 한·유라시아 FTA 추진 합의… 양국 경협으로 北 변화 유도

문재인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한.유라시아 경제연합 간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적극 추진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또 한.러 수교 30주년인 2020년까지 양국 간 교역액을 연간 300억달러로 확대하고 인적 교류는 연 100만명 이상으로 늘리기 위해 경제교류 사업을 전개하기로 했다.

문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단독회담과 오찬을 겸한 확대정상회담에서 이같이 합의했다고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은 밝혔다.

■한.유라시아 FTA 적극 추진키로

문 대통령은 단독회담에서 푸틴 대통령에게 한.유라시아 FTA 추진을 적극 타진했고, 푸틴 대통령도 원칙적으로 동의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윤 수석은 전했다.

문 대통령은 공동언론발표에서 "한.유라시아 FTA가 양국은 물론 한국과 유라시아 국가 간의 협력을 촉진시킬 것이라는 기대 속에 공동 실무작업단을 설치해 FTA 문제를 협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도 "대화를 통해 FTA를 협력하기로 했다"면서 오는 10월 열리는 유라시아경제위원회(EEC) 5개국 총리회담에서 한.유라시아 FTA를 적극 지지하겠다고 약속했다.

양 정상은 한반도와 극동을 잇는 남.북.러 3각 협력의 기초를 확실히 하자는 데도 의견을 모았다.

특히 남.북.러 3각 협력의 기반으로 한.러 협력을 우선 강화해 궁극적으로 북한의 참여를 이끌어내자는 문 대통령의 제안에 푸틴 대통령도 화답했다는 후문이다. 이는 한.러 관계에 북한이 변수로 작용하면서 협력 중단이 반복돼 온 과거에서 벗어나자는 차원이다.

한.러 협력에 대해 "그동안 많은 논의가 있었는데도 북핵 문제 등으로 진전이 없던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한 문 대통령은 "취임 4개월 만에 러시아를 방문한 것은 러시아와의 협력을 중시했기 때문"이라며 "극동지역은 러시아의 신(新)동방정책과 한국의 신(新)북방정책이 서로 만나는 공간으로, 대한민국이 극동지역 개발의 최적 파트너"라고 강조했다. 북방경제협력위원회 출범 소식을 전한 것도 양국 간 협력 강화에 대한 문 대통령의 의지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푸틴 대통령 역시 구체적인 한.러 협력사업을 언급하며 문 대통령과 의견을 같이했다.

푸틴 대통령은 "LNG(액화천연가스) 도입에 관해서도 건설적인 논의가 이뤄졌다"며 "앞으로 유조선 15척이 한국에서 건조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러시아에서 쇄빙LNG운반선 명명식을 가진 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기업의 유조선 수주 사실을 직접 얘기한 것이다.

■남.북.러 3각 협력의 기반 조성

양국은 경제공동위원회 협의를 통해 가스관과 전력망, 한반도종단철도(TKR)와 시베리아횡단철도(TSR) 연결 등 남.북.러 3각 협력사업에 대한 협의채널 재개와 공동연구 수행을 하기로 했다. 또 극동지역 인프라사업 등에 우리 기업의 참여를 지원하기 위해 3년간 20억달러 규모의 극동 금융 이니셔티브를 신설하고 한.러 전력망사업에 대한 사전 공동연구를 하기로 합의했다.

제성훈 한국외대 러시아어과 교수는 "북방경제협력은 우리의 새 성장동력이자 한반도를 둘러싼 한.미.일과 북.중.러의 긴장을 완화할 해법"이라며 "북한의 핵실험으로 남.북.러 협력이 불가능한 만큼 북한이 참여하지 않는 한.러 간 협력을 추진하되 향후 북한의 태도 변화에 따라 북한도 참여할 수 있도록 구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제 교수는 특히 한.유라시아 FTA를 핵심 과업으로 지목하며 "공동연구는 끝났어도 향후 협상은 지난한 과정이 될 것이다. 그래도 지금 할 수 있는 건 FTA 체결"이라고 했다. 아울러 "북한과 관계없고, 미국의 대러제재 영향권에서 먼 소규모 투자사업부터 시작해 한.러 협력의 모멘텀을 확보하는 게 문재인정부의 목표가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한.러 정부는 직통 비화통신시스템 구축 관련 협정 개정안과 이노프롬-2018 파트너국 참여 관련 양해각서(MOU) 등 4개 MOU에 서명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이날 공동언론발표 직후 푸틴 대통령과 함께 블라디보스토크 극동거리에 있는 평창동계올림픽 홍보관을 둘러봤다. 당초 계획에 없는 일정이었으나 푸틴 대통령의 즉석 제안으로 성사됐다.

ehkim@fnnews.com 김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