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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진용 갖춘 금융팀, 홀대론 불식시켜야

금감원장에 첫 민간인 내정.. 최소한 참여정부만큼 하길

새 정부 금융팀이 진용을 갖췄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5월 10일)한 지 약 넉달 만이다. 금감원장엔 최흥식 전 하나금융지주 사장이 내정됐다. 또 신임 KDB산업은행 회장엔 이동걸 동국대 경영대 초빙교수, 새 수출입은행장엔 은성수 한국투자공사(KIC) 사장이 낙점을 받았다. 이들은 대통령 임명 절차만 남겨두고 있다.

물론 금융팀장은 최종구 금융위원장이다. 최 위원장은 지난 4일 기자간담회에서 문재인정부의 금융홀대론에 대해 "그런 오해는 우려"라고 말했다. 금융위원장이 기자들 앞에서 홀대론을 '해명'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서글프다. 그만큼 한국 금융이 문제투성이라는 뜻이다.

금감원장에 처음으로 민간인을 내정한 것은 잘한 결정으로 보인다. 최흥식 내정자는 학계와 정부, 금융계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감독원'이란 이름에서 보듯 금감원은 딱딱한 이미지가 강하다. 하지만 영문 이름은 'Financial Supervisory Service(FSS)'로 쓴다. 뉘앙스가 사뭇 다르다. 최 내정자는 하나금융에서 오래 일했다. 그가 이끄는 금감원은 감독 못지않게 현장 금융사를 지원하는 '서비스'에도 신경을 쓰기 바란다.

첫 민간인 금감원장은 첫 민간인 금융위원장 사례를 떠올리게 한다. 2008년 이명박 대통령은 우리금융 부회장을 지낸 전광우씨를 초대 금융위원장에 앉혔다. 하지만 그해 가을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치면서 전광우씨는 1년을 채우지 못하고 물러났다. 그 뒤 금융위원장 자리는 다시 관료 차지가 됐다. 앞으로 금감원장직을 민간.관료 중 누가 차지할지는 최 내정자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다.

한국 금융은 제조업에 비해 한참 뒤떨어졌다. 제조업에선 삼성전자 같은 일류가 나왔지만, 금융은 어디 가서 명함을 내밀기도 힘들다. 그나마 금융 선진화에 힘을 쏟은 것은 노무현정부다. 노무현 대통령은 한국을 동북아 금융허브로 육성한다는 옹골찬 계획을 세웠다. 비록 실패했지만 뜻은 컸다. 그마저도 보수정부가 들어선 뒤 허브 이야기는 쏙 들어갔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결정타였다.

이런 분위기는 문재인정부 들어서도 바뀌지 않았다. 문 대통령 역시 금융은 그저 실물경제를 뒷받침하는 후방부대 역할로 충분하다고 여기는 듯하다. 새 정부는 생산적 금융을 강조한다. 이를 박근혜정부 식으로 말하면 창조금융, 기술금융이다. 하지만 창조.기술금융은 실패했다.
벤처를 과감하게 지원할 모험자본 시장이 영글지 않았기 때문이다. 생산적 금융이 민간에서 스스로 일어나길 바란다면 관치 마인드부터 바꿔 시장에 더 큰 자유를 주는 게 급선무다. 문재인정부 금융팀이 참여정부만큼이라도 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