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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물렁한 안보리 제재 … 다른 대안 찾아야

中.러와 협상서 구멍 숭숭.. 전술핵 재배치 물꼬 트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11일(현지시간) 북한으로의 유류공급을 30% 차단하고 북한산 섬유제품 수입을 금지하는 것을 골자로 한 대북 제재안을 마련했다. 지난 3일 북한의 6차 핵실험에 따라 만장일치로 채택된 결의안 2375호다. 이번에 그간 대북 제재에 미온적이던 중국과 러시아도 동의했다는 건 긍정적이다. 다만 이 정도 조치로 북한의 핵 야욕이 꺾일 것으로 보긴 어렵다. 문재인정부가 북핵 억지를 위한 보다 입체적인 대안을 강구할 때다.

이번 결의안 2375호가 어느 때보다 강도 높긴 하다. 북한 정권의 생명줄인 원유 공급을 제한하는 내용이 처음 포함됐지 않나. 북측의 주요 외화가득원인 섬유류 수출도 전면 금지됐다. 해외 북한 노동자에 대한 신규 노동허가 발급 금지도 한 푼의 핵 개발 비용이 아쉬운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에게는 아픈 대목이다. 그러나 결의안은 중.러의 비토를 피하려다 구멍이 숭숭 뚫려 버렸다. 원유 및 석유제품 전면금지가 아닌 단계적 금지로 완화된 게 대표적이다. 미국이 주도한 초안과 달리 김정은이 제재 대상에서 빠진 것도 마찬가지다.

결국 이번 결의안이 북한을 핵 폐기 협상 테이블로 나오도록 압박하는 효과는 한계가 있을 법하다. 원유 공급이 현 수준에서 유지돼 북한의 군수공업 분야는 별 타격을 받지 않을 경우다. 선군주의 깃발을 든 북한 정권이 주민들의 배를 곯릴지언정 핵.미사일 개발 비용을 줄일 리는 만무하지 않나. 그래서 결의안 통과 이후 "북한이 고립에서 헤어 나올 수 있는 유일한 길은 핵 폐기를 위한 대화의 테이블로 나오는 것뿐"(박수현 대변인)이라는 청와대 측의 기대가 성급해 보인다.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등 추가 도발에 나서면서 미.북 대치구도만 가팔라진다면 우리에겐 최악의 시나리오다.

더 늦기 전에 정부가 추가 옵션을 준비할 때다. 대화와 제재 모두 먹히지 않는다면 북핵 억지력을 높이는 게 당연하다.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KAMD)의 일환으로 해상 요격 미사일인 SM-3를 도입하려는 움직임도 그런 맥락으로 이해된다.
다만 방어 위주 억지전략의 효과는 제한적이다. 마침 미국 조야에서 전술핵 한반도 재배치론, 심지어 한.일 독자 핵무장 허용론까지 제기된다. 이런 논의의 물꼬를 트는 것만으로도 대북 경고는 물론 북핵 문제를 풀 중국의 성의를 이끄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