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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이번엔 보유세 갈등 … 당정 왜 자꾸 이러나

부자증세 공방전 되풀이.. 사전조율로 혼란 없애야

부동산 보유세 인상 문제를 놓고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또다시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2일 "보유세 인상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보유세를 투기를 막기 위한 대책으로 쓰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며 보유세 인상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민주당의 추미애 대표는 지난 4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필요하다면 초과다 부동산 보유자에 대한 보유세 도입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우원식 원내대표와 김태년 정책위의장도 7일과 11일 같은 취지의 발언을 이어갔다. 민주당 지도부가 보유세 인상을 위한 총력전에 나선 모양새다. 지난달 정부의 반대를 무릅쓰고 초대기업과 초고소득자에 대한 법인.소득세율 인상을 관철시켰던 부자증세 공방전을 연상케 한다.

국세청과 행정안전부의 통계에 따르면 2015년 11월 현재 부동산 부자 상위 1%(13만9000명)가 평균 6.5채(총 90만6000채)의 주택을 소유했다. 2006년 상위 1%(11만5000명)가 평균 3.2채(총 37만채)를 보유했던 것에 비하면 9년 만에 2배 이상으로 늘었다. 반면 무주택가구는 44%나 된다. 주택의 부익부빈익빈 현상이 심해지고 있음을 감안하면 민주당의 보유세 인상 주장은 타당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의지가 너무 강해서 탈이 난 것이 노무현정부의 종부세였음을 깨달아야 한다. 종부세는 2005년 시행 초기에 했던 대로 개인별 합산방식을 고수했다면 큰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일부 강경론자의 주장에 떠밀려 세대별 합산으로 대폭 강화한 것이 화근이 돼 결국 이 부분이 위헌판결을 받았다. 종부세 위헌판결은 노무현정부에 부동산대책 실패뿐만 아니라 국정운영 실패라는 낙인도 함께 안겨주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중장기적으로 거래세를 낮추고 보유세를 높이는 쪽으로 부동산 세제를 고쳐나가는 것이 옳은 방향이다. 문제는 속도다. 시장과 납세자가 전혀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된 상황임에도 한꺼번에 과도한 변화를 이룩하려다 보면 무리가 따르기 마련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선거운동 기간 보유세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0.78%에서 1%까지 인상하는 방안을 공약으로 검토했다. 그러나 결국 공약집에서 뺐다.
조세저항을 우려한 때문이 아닌가.

이처럼 보유세 인상은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핵심 이슈마다 정부 따로 민주당 따로 움직인다면 시장과 납세자들의 혼란만 커지고 정책 효과는 반감될 것이다. 차제에 중요한 정책사항들에 대해서는 충분한 사전 논의를 통해 한 목소리가 나올 수 있게 당정 간 소통채널을 상시적으로 가동해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