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공기관장 인사, 벌써부터 잡음인가

거래소 이사장 혼탁 조짐.. '코드'라도 전문성 지켜야

문재인정부 공공기관장 인사의 신호탄이라 할 수 있는 한국거래소 이사장 선임절차에 벌써부터 잡음이 나오고 있다. 거래소는 12일 진행하던 공모절차를 중단하고, 추가 공모를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후보추천위원회는 당초 13일 1차로 3명을 추린 뒤 면접을 거쳐 오는 28일 임시주총에 최종 후보자를 추천할 예정이었다. 추가 공모를 할 경우 이런 절차가 한달 정도 지연된다.

거래소 출범 이후 추가 공모는 사상 처음이다. 이사장 선정 과정에 정부 입김이 작용했다는 뒷말이 나오는 배경이다. 거래소는 2015년 공공기관에서 해제됐지만 주주총회에서 후보를 선출한 뒤 금융위원장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 정부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구조다. 금융권에서는 추가 공모의 배경을 권력 실세들의 파워게임으로 본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라인이 잇따라 금융권 요직을 꿰차자 캠프 측에서 견제에 나섰다는 추측이다.

에너지 관련 공공기관장 교체도 빨라질 조짐이다. 1년 이상 임기가 남은 한국전력 4개 발전 자회사 사장들이 최근 사직서를 냈다. 엊그제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기자간담회에서 "국정철학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을 재단할 필요는 없다"고 말한 뒤다. 코드가 맞지 않으면 나가라는 얘기다.

정권이 바뀌면 공공기관장이 물러나는 악습이 되풀이되는 모양새다. 수백명에 달하는 대선 때 문재인 캠프의 공식인사들 사이에서도 기관장 자리를 놓고 물밑경쟁이 치열하다고 한다. 물론 정권이 바뀌면 인사가 불가피하지만 공공기관장 인사만큼은 전문성과 능력이 최우선이다. 그래야 중도사퇴의 악순환도 끊을 수 있다. 정부 지정 공공기관은 공기업 35곳, 정부기관 89곳을 비롯해 모두 322곳에 이른다. 이 기관들의 수장을 비롯해 임원, 감사 등 대통령이 실질적으로 임명할 수 있는 자리는 줄잡아 2000개가 넘는다. 보은 인사, 낙하산 인사의 폐해는 결국 국민과 정권에 부메랑으로 돌아온다.

'코드 인사'가 불가피한 측면도 있지만 최소한의 전문성은 갖춰야 한다.
그래야 지난 4개월 인사 난맥상을 바로잡고 국민들에게 신뢰를 줄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4당 대표 회동 당시 "공공기관 인사 때 캠프, 보은, 낙하산 인사는 없게 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원칙과 초심을 잃지 말고 이 약속을 지켜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