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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 지우기’ 공식화한 한국당, 보수대통합 잰걸음

혁신위, 3차 혁신안 발표 朴 前대통령 자진탈당 권유
서청원.최경환도 탈당 압박 공천 전횡 연루자에도 책임
바른정당 통합조건 맞춰.. 친박은 "분열 조장" 반발

‘朴 지우기’ 공식화한 한국당, 보수대통합 잰걸음
자유한국당 류석춘 혁신위원장(가운데)이 13일 서울 여의도 한국당 당사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친박계 좌장인 서청원·최경환 의원의 탈당을 권유하는 내용의 제3차 혁신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유한국당이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고강도 혁신작업 이행과 보수대통합의 문(門)을 열기 위한 첫 카드로 한때 당의 최대 주주였던 박근혜 전 대통령과 '절연'을 공식 선언했다.

지난해 말부터 최순실 국정농단 게이트로 탄핵정국이 촉발된 데다 올해 5.9 조기대선에서 패배한 이후 보수층이 사실상 와해되는 정치적 시련기를 겪어온 만큼 박 전 대통령과의 절연은 당 쇄신과 혁신, 개혁을 위한 '필요조건'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

■朴 지우기로 보수대통합 착수

류석춘 혁신위원장은 13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박 전 대통령에 대해 자진탈당을 권유하고 수용되지 않을 경우 당헌.당규에 따라 출당조치를 할 것을 당에 권유하는 3차 혁신안을 발표했다.

친박근혜계 핵심인 서청원.최경원 의원에 대해서도 자진탈당 권유를 권고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류 위원장은 박 전 대통령에 대해선 '국정운영 실패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묻는 한편 서.최 의원에 대해선 '국정실패에 책임이 가장 무거운 의원'이라며 자진탈당 권유 배경을 밝혔다. 여기에 '총선 공천과정에서 전횡을 부린 나머지 의원'에게는 "당의 화합을 위해 노력하지 않을 경우 책임을 묻는 추가적 조치를 요구할 것"이라고 '경고장'을 날렸다.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에 덧씌워진 '박근혜 이미지'를 걷어내고 지난해 총선 공천과정에서 일어난 '진박(진짜 친박) 공천파동'이 결국 총선 패배와 이후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박 전 대통령 탄핵, 대선 패배로 귀결돼 보수층 와해의 씨앗을 잉태한 원인이라는 '감별'법을 내세운 것이다.

현 시점에서 친박 이미지를 지우지 않으면 보수대통합은 물론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리를 담보할 수 없다는 냉정한 현실적 판단이 반영됐다는 관측이다. 나아가 혁신위는 한국당 탈당파에 대해서는 복당을 원할 경우 '대승적 차원에서 문호를 개방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안으로는 친박계 고리를 끊어내고 밖으로는 친박계와 대립각을 세우다 탈당해 바른정당으로 당적을 옮긴 옛 새누리당 의원들에게 복당의 정치적 명분과 함께 문을 열어놓은 셈이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분열된 보수 대통합작업을 주도하기 위한 '사전 포석'이라는 분석이다.

■박 전 대통령 '침묵'

바른정당이 한국당의 인적청산을 통합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운 데다 차기 지도부 구성을 놓고 자강론의 유승민 비대위원장 체제 옹호세력과 통합파가 정면충돌하고 있어 한국당의 '복당 구애'가 어떤 식으로 바른정당 의원들의 심리적 동요를 이끌어낼지 주목된다.

다만 혁신위 발표 직전 열린 최고위원.재선의원 연석회의에서 친박 성향 의원들이 "오히려 당 분열을 초래한다"며 혁신위 결정에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는 후문이다. 일단 박 전 대통령 측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홍준표 대표가 10월 중순께로 예정된 박 전 대통령 1심 판결을 전후해 이 문제에 대한 당의 입장을 최종 정리하기로 한 만큼 상황을 예의주시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친박계 측은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재판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당에서 내쫓는 사실상의 '정치적 부관참시'라며 통합과 화합을 주도해야 할 혁신위가 혁신을 명분으로 분열을 조장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예산과 입법전쟁을 치를 9월 정기국회 와중에 당력을 하나로 모아야 함에도 출당조치로 내홍을 초래하는 바람에 정부 여당의 일방통행식 국정운영에 효율적으로 단일대오를 형성하는 데 오히려 걸림돌이라는 입장이다.

친박계 김태흠 최고위원은 "당내 화합이 우선이라고 하면서 대여투쟁을 해야 할 시점인데 갈등을 유발하는 모순된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서.최 의원이 지난 1월 인명진 비대위원장 체제에서 박 전 대통령의 탄핵에 따른 당 위기 책임을 물어 당원권 정지 3년의 징계를 받은 바 있어 탈당 권유가 '일사부재리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나온다.

haeneni@fnnews.com 정인홍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