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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숨 돌린 한은, 기준금리 인상 올해 넘길듯

‘허리케인’ 만난 미국, 통화긴축 신중론… ECB도 양적완화 축소 속도조절
최대 변수는 북핵리스크

주요국의 '양적완화(QE) 축소'가 점진적으로 진행되면서 한국은행이 통화정책 운용에 여유를 가지게 됐다.

미국은 잇단 초강력 허리케인에 통화긴축 타이밍에 최대한 신중을 기하는 모습이다. 유럽중앙은행(ECB)도 지난 7일 제로(0) %인 기준금리(정책금리)를 동결하기로 했다. 더불어 국내 채권시장도 '대북 리스크(위험)'에서 벗어나 안정감을 보이고 있다.

■미.유럽, QE 축소에 '신중'

13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오는 21일(현지시간) 개최되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통화긴축 관련 신중론이 우세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당초 미 연준은 이달 'QE 축소'에 돌입하고 연말쯤 추가적인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초대형 허리케인 '하비'와 '어마'로 이 같은 예측은 힘을 잃었다.

현재 허리케인에 의한 미국 경제 피해규모가 최대 2000억~3000억달러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다. 따라서 허리케인 피해가 경제지표에 반영되면 연준도 기존 스케줄을 재검토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한은 뉴욕사무소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미 연준은 보유자산 규모 축소의 조속한 실행에 대해서는 내부적으로 공감대가 형성돼 있으나 금리인상 시점에 대해서는 다소간 이견이 있다"며 "추가 기준금리 인상 시점은 추후 발표되는 물가지표 실적과 이에 대한 연준의 평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 목표 수준에 5년 연속 밑돌고 있는 미국의 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도 연준이 연내 추가 금리인상을 주저하는 이유로 보인다.

미국은 양호한 경제여건에도 오히려 물가는 지난 3월 이후 오름세가 둔화 중에 있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 2월까지 미국의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1.9%였지만 3월에 1.6%로 하락하고 지난 7월에는 1.4%로 떨어진 상태다.

ECB도 9월 통화정책회의에서 QE 축소에 관한 새로운 언급을 하지 않고 넘어갔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통화정책회의에서 "다음달(10월)에는 정책조정에 대한 발표가 있을 것"이라며 적극적인 정책변화를 시도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ECB가 한달 600억유로의 채권매입 규모를 오는 12월까지는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두언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국제금융시장을 보면 ECB의 경우 시장에 큰 타격이 없었고 미 연준도 오는 21일 FOMC 회의에서도 2개의 허리케인 영향으로 추가적 금리인상에 대한 기대는 내려간 상태"라고 전했다.

■한은 금리인상, 올해 넘길 듯

이처럼 주요국의 통화정책 분위기가 바뀌면서 한은은 기준금리 인상 압박에서 벗어난 모습이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한은은 외국인 투자금 이탈 등을 우려해 금리를 인상해야 된다는 목소리가 컸다. 더구나 '대북 리스크' 등으로 지난달 국내 채권시장에서 외국인들이 순매도에 나서면서 압박은 더욱 커졌다.

이 같은 상황에도 한은이 기준금리 인상을 하지 못한 것은 1400조원에 이르는 가계부채의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외국인 투자금 유출을 우려, 금리를 올릴 경우 가계부채가 부실의 늪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지난달 31일 금융통화위원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 "가계부채를 (인위적으로) 급격히 줄일 경우 실물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간과할 수 없다"며 "가계부채 억제 노력은 단기적으로 추구할 게 아니라 지속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주요국의 QE 축소가 점진적으로 진행되고 국내 채권시장도 진정세를 보이면서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은 내년 상반기께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는 "빠르면 올해 말로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상한다고) 전망했는데 북핵 문제 등이 있어서 예상하기가 굉장히 어렵다"며 "대외적인 요인뿐 아니라 여러 가지 북핵문제 때문에 경기 하방위험까지 겹쳐 금리인상이 올해까지는 어렵지 않나 보고 있다"고 말했다.

coddy@fnnews.com 예병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