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한·중 통화스와프 연장논의 끝내 없을듯

한.중.일 3국 중앙은행장, 한자리 모였지만…
내달 10일로 계약 끝날수도

한.중.일 3국 중앙은행 총재들이 한자리에 모였지만 한.중 통화스와프 연장 논의는 공식의제로 오르지 못했다. 지난해 구두합의까지 마쳤던 양국 간 연장 협상은 중국의 노골적인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으로 답보 상태에 빠졌다. 만기까지 한달도 채 남지 않은 가운데 한국, 중국 통화정책 수장 간 양자회담이 끝내 불발될 것으로 보여 계약 연장 가능성은 여전히 안갯속인 형국이다.

■"통화스와프 의제 아냐" 선 그은 한은

13일 한은에 따르면 13, 14일 인천 송도에서 한.중.일 중앙은행 총재회의가 열린다. 이주열 한은 총재와 저우샤오촨 중국 인민은행 총재,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가 참석한다.

이번 회동에서 다뤄질 공식의제는 '매크로 레버리지'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적으로 부채가 누적되면서 한.중.일 3국도 가계부채, 기업부채, 정부부채 문제가 경제의 최대 취약점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번 의제는 한국이 먼저 제안하며 이뤄졌다. 3국 중앙은행은 2009년부터 매년 순번제로 총재회의를 개최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시장의 시선은 다른 곳으로 향하고 있다. 한.중 통화스와프 연장과 관련된 논의 여부다. 한.중 통화스와프는 오는 10월 10일 만료까지 한달도 채 남지 않은 상태다. 통화스와프는 미리 약정된 환율에 따라 자국의 통화를 맡겨놓고 상대국 통화를 빌려오는 외환거래를 뜻한다.

한국과 중국은 2008년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4월 260억달러(1800억위안) 규모의 통화스와프를 처음 체결한 것을 시작으로 2011년 10월 통화스와프 규모를 3600억위안까지 늘린 뒤 2014년 10월에 만기를 3년 연장했다. 만기를 1년6개월 앞둔 지난해 4월에는 당시 유일호 경제부총리가 저우샤오촨 총재와 만나 구두로 통화스와프 연장을 합의한 바 있다.

그러나 북한 미사일 발사에 대응해 한반도 사드 배치가 본격화되면서 한.중 간 갈등의 골은 깊어질 대로 깊어진 상태다. 중국이 통화스와프 카드를 사드 보복 수단으로 꺼내들 수 있다는 목소리도 커졌다. 일본도 올 초 '소녀상' 문제를 빌미로 지난해부터 진행되던 한.일 통화스와프 연장 논의를 일방적으로 중단한 바 있다.

이에 양국 간 구두합의가 사실상 유명무실해진 가운데 통화당국 수장인 이 총재와 저우 총재가 이를 직접 논의할 가능성에 관심이 쏠렸다. 실제 이 총재는 2014년 취임 이후 국제회의 등을 통해 저우 총재를 두달에 한번씩, 매년 6~7회가량 만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총재는 통화스와프가 정치적 이슈와 별개로 양국 모두에 필요하다는 취지로 협조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한은은 통화스와프 논의가 이번 회의에선 공식의제로 다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강원 한은 금융협력팀장은 이날 서울 세종대로 한은 삼성본관에서 브리핑을 열고 "통화스와프 의제는 특정국 간 정책이기 때문에 3개국 중앙은행 총재 간 공통된 관심사가 아니다"라며 "이 총재와 저우 총재가 따로 회동하는 것도 적절치 않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회의는 3국 중앙은행 총재가 함께 정책수행 경험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이를 정책에 반영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한.중 통화스와프 연장 불발 시 영향은

전문가들은 중국이 노골적으로 사드 보복 수위를 높임에 따라 통화스와프 연장 계약도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에 기축통화국인 미국을 중심으로 다른 나라와의 양자 통화스와프 규모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현재 한.중 통화스와프 계약 규모는 우리나라가 양자.다자간 맺은 통화스와프 총액인 1222억달러의 절반에 달한다. 한·중 통화스와프 협정이 종료되면 한국의 외환스와프 총액은 660억달러 수준으로 쪼그라든다. 이마저도 다자간 통화스와프인 치앙마이 이니셔티브(CMIM) 기금 384억달러를 제외하면 280억달러 수준으로 내려앉는다.
CMIM 기금은 국제통화기금(IMF) 논의와 회원국 동의가 필요해 적시에 쓰기 어렵다. 외화유동성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통화스와프는 그 존재만으로 국가신인도를 높이고 시장의 불안심리를 재빨리 잠재울 수 있다. 통화스와프 총액 축소는 유사시 꺼내쓸 수 있는 '마이너스 통장' 한도가 줄어든다는 것과 같다는 점에서 대외건전성에 긍정적 신호로 해석하기 어렵다.mkchang@fnnews.com 장민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