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 개념에 주목한 크루그먼의 지리경제학, 일반인도 쉽게 볼 수 있게 10년을 공들였죠"

이론서적으로 드물게 2쇄 들어간 '폴 크루그먼의 지리경제학'역해자 이윤 인천대 무역학부 교수
초벌 번역 10년전에 끝났지만 어려운만큼 해석.역자주 많이 넣어
수십회 독해하고 재검열까지 보내.. 100쪽 원서가 244쪽으로 늘어

이윤 인천대 무역학부 교수
사진=박범준 기자
경제학 책은 어렵다. 거시.미시, 수요와 공급, 재화, 물가, 수확체증 등 수많은 알지 못할 단어들과 그래프가 빼곡한 이 책들에 손이 쉽게 가지 않는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렇다고 학자들만 알아야 할 학문이냐면 그것은 아니다. 경제학은 그저 책과 논문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 현실 생활에 그대로 적용되기 때문이다. 국가 무역부터 기업의 공급량, 상품 가격, 하다못해 핸드폰을 구매하는 것까지 경제학의 뿌리는 깊고도 넓다.

그렇기에 새로운 이론이 등장하면 한 번쯤 읽어봐야 한다. 그 이론이 노벨경제학상을 받을 정도로 빼어난 것이라면 더욱 그러하다. 그런 면에서 '폴 크루그먼의 지리경제학'(창해 펴냄)은 단연 눈에 띈다.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대표적 경제학자 중 하나인 폴 크루그먼에게 2008년 노벨상을 안겨준 핵심 이론이 담겼다. 지금까지 국내에 번역된 그의 책은 20여종이 넘지만, 정작 그의 핵심 이론에 대한 책은 이것이 처음이다.

이 책에서 또 하나 주목되는 점은 역해자의 역할이다. 이 책을 국내 소개한 이윤 인천대 무역학부 교수(사진)는 명실상부한 국내 최고 지리경제학 전문가다. 인천테크노파크 원장과 한국무역학회 및 한국국제통상학회 부회장을 역임한 그는 크루그먼의 이론을 단순히 번역해 소개하는데서 그치지 않고 역해자라는 명칭에 맞게 알기 쉽게 설명하는데 공을 들였다.

이윤 교수는 13일 파이낸셜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폴 크루그먼 이론의 정수를 이해하는데 이 책만한 것이 없다. 이 책이 나온지 20여년이 지났지만 아직 국내 소개되지 않았던 것은 생소하고 어렵기 때문"이라며 "관련 전문가층이 얇다보니 (출간) 시도는 여러번 있었지만 완성되지는 못한 걸로 안다"고 말했다.

폴 크루그먼의 지리경제학은 정통 경제학에서 고려하지 않았던 '공간'의 개념에 주목했다. 크루그먼은 이 책에서 자신의 연구 분야를 '경제지리학'이라고 불렀는데 이는 공간에서의 생산 입지, 즉 상호 관련성 속에서 무역이나 생산활동이 발생하는 장소에 대해 연구하는 경제학이라는 의미다.

그는 지리를 기반으로 규모의 경제와 불완전경쟁, 그리고 공간과 수송비라는 개념을 더해 새로운 무역이론을 제시했다. 정통 경제학이 설명하지 못하는 문제를 지리경제학 모형으로 풀어내며 학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킨 셈이다.

이 교수도 이 책을 완성하는데 무려 10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인천대에서 국내 처음으로 지리경제학 강의를 개설한 그는 "유럽과 미국에서 지리경제학은 선도적 학문으로 자리 잡으며 여러 교과서가 출간되고 있지만 국내는 아직 없었다. 번역서 출간에 대한 생각은 계속해서 있었으나 이제야 실천하게 된 것"이라고 했다.

그럼에도 이 책이 세상 밖으로 나오기까지는 어려움이 컸다. 일단 잘 안팔리는, 어려운 경제학 전문서적을 출간하겠다는 출판사를 찾기 어려웠다. 그는 "초벌 번역은 10년 전에 이미 끝이 났다. 고치는데 시간도 걸렸고, 출판사 찾기도 어려웠다. 유명 출판사 몇 곳에서 거절당한 끝에 나온 책이라 더 잘 만들어야겠다는 책임감이 컸다"며 웃었다.

이 책은 입문서이지만 경제학 이론서인 만큼 기본적인 지식은 필요로 한다. 이 교수는 경제학을 전공하지 않은 일반 독자들이 보다 쉽게 읽을 수 있도록 50여쪽에 달하는 다소 긴 해설을 마련해 본문에 들어가기 전에 읽어볼 수 있도록 했다.

본문에서도 경제학 용어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다소 지루하다 싶을 정도로 많은 역해자 주를 달았다. 100쪽 정도인 소책자 원서가 244쪽의 번역본으로 2.5배 정도 분량이 늘어난 이유다. 그는 "수십회 이상 독해하며 수정을 거듭했다. 어려우니까 해석도 많이 넣고 역자 주도 엄청 꼼꼼하게 달았다. 그래도 오역이 있을까봐 미국으로 재검열을 보낼 정도로 공을 들였다"고 전했다.


들인 공만큼 결과도 좋다. 보통 1000부 이상 잘 팔리지 않는 이론서적이 1쇄 1500부가 다 팔려 2쇄에 들어갈만큼 인기를 얻고 있다. 이 교수는 "경제학의 기본 정수가 다 들어 있는 만큼 쉽게 이해될 이론은 아니지만, 다른 노벨경제학상 수상 이론에 비하면 쉽고, 그만큼 현실경제를 설명하는데 유용하다"며 "더 많은 사람들이 읽어 유용하게 활용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