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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결속 안되는 보수당… 멀기만한 통합

자유한국당 ‘친박계 출당’ 바른정당 ‘당내 노선경쟁’
통합 방법론도 입장차 커 정계 지각변동 늦춰질 듯

보수야권이 내부정리에서 혼돈을 겪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박근혜 지우기를 놓고 친박근혜계의 반발에 부딪혔고 바른정당은 김무성, 유승민 의원간 견제로 지도부 체제 구축에 난항을 겪고 있다.

보수우파 궤멸에 대한 책임을 묻는 차원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친박 핵심의원 출당을 추진하는 한국당의 내분이 크게 드러나지 않지만 언제든 갈등은 분출될 수 있다.

바른정당의 경우 유승민 비상대책위원회 가동 계획이 무산되면서 당내 노선 경쟁이 분열의 단초가 될 가능성은 여전하다.

양당 모두 근원적으로 통합을 외치고 있으나, 내부 교통정리를 비롯해 향후 통합을 추진하는 방법론에서도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이로써 현 상황에선 당분간 양당이 정계개편의 핵으로 부각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洪, 친박청산 명분론 vs. 반발 심리 여전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14일 친박을 공천 한번 더 받기 위한 '이익집단'으로 규정한데 이어, 박 전 대통령과 친박 핵심인 서청원, 최경환 의원에 대한 혁신위원회의 탈당권유 권고 명분에 힘을 실어줬다.

홍 대표는 이날 서울 연세대에서 학생들과의 대담을 통해 "지난 정권에 국민들로부터 국정실패 평가를 받았던, 그에 대한 중요한 책임있는 세사람은 이 당을 나가주시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보수우파가 그동안 국민들의 지지를 받았던 것은 국정운영을 비롯한 능력이 있었기에 가능했지만 박 전 대통령 탄핵과정에서 이에 대한 신뢰마저 잃어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는 것이다.

홍 대표는 친박에 대해서 "국회의원 한번 더 하기 위해 박근혜 치맛자락 붙들었던 것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이념과 정책을 중심으로 계파가 만들어지는 것과 달리 보수정당은 사람을 중심으로 계파가 만들어졌음을 비교했다.

홍 대표는 "친박집단은 이익집단이다. 이념으로 박근혜와 뭉쳐진 집단은 아니다"라며 "그러니 탄핵 때 지리멸렬하고 풍비박산이 났다. 이념집단이라면 그렇게 쉽게 탄핵 안 당한다"고 주장했다.

한 재선 의원은 본지와 통화에서 "우호적인 여론을 끌기 위한 홍 대표의 움직임에 대해 평가를 당장 내리기는 시기상조"라면서 "친박청산이 주요 이슈로 오를 수 밖에 없는 현실 속에 친박청산이 통합의 문을 열지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유승민 비대위 무산, 조기전대까지 살얼음판

바른정당은 새 지도부 구성 방안을 11월 조기 전당대회 개최로 일단락하면서 갈등은 봉합시켰다.

문제는 유승민 비대위를 무산시킨 김무성계를 비롯한 당내 의원들과 유승민계 의원들의 갈등이 잠복해있어 조기 전대까지 살얼음판이 예상된다는 점이다.

이날 자정께 의원총회를 통해 11월 전대 개최안을 발표했지만, 당초 유승민 비대위 체제가 유력하던 상황을 뒤엎은 상황은 당으로선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한국당이 친박청산에 주력하면서 바른정당 통합파 의원들에게 복당 명분을 제공하고 있다는 점도 갈등을 조장할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유승민 의원이나 김무성 의원 모두 보수통합에 대한 근본적으로 공감하지만 시기와 방법을 놓고 이견차가 크다는 점에서 조기 전대 전까지 대내외적으로 세대결 분위기는 여러 방향으로 표출된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하태경 의원은 이날 의총 직후 기자들과 만나 "통합 연대는 여건이 무르익으면 할 수 있다. 방향에 있어선 의원들과 차이가 있다"며 "한국당이나 국민의당에 대한 우려가 있지만 지금 당장 여건이 안되서 당장 통합을 하자는 추진이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hjkim01@fnnews.com 김학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