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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선 판사들, 檢 영장 불만 표출에 "대놓고 법원 판단 무시하라는 거냐"

일선 판사들, 檢 영장 불만 표출에 "대놓고 법원 판단 무시하라는 거냐"
사진=연합뉴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방산비리, 국가정보원의 민간인을 동원한 여론 조작 의혹 관련 구속영장을 법원이 잇달아 기각한 데 대해 검찰이 크게 반발하자 일선 판사들 사이에서는 '사법부 흔들기'라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수사 필요성 때문에 구속영장이 발부돼야 한다는 검찰 논리는 헌법과 형사소송법의 대원칙에 어긋난다고 지적한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하급심 법원 판사들은 여러 내부 연구모임 등에서 최근 검찰이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 결정을 강도 높게 비판한 것을 두고 열띤 토론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연구모임에서는 검찰이 영장 기각에 불만을 표시할 때 공개적으로 강력 항의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상당수 판사는 "검찰이 언론 플레이를 통해 사법부를 흔들고 있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서울고법 A부장판사는 "검찰이 중요한 사건이다보니 입장문을 낸 것 자체는 이해한다"면서도 "법정 밖에서 재판에 불복한 의사를 밝힌 것은 대놓고 법원의 판단을 무시하라는 말과 같다"고 비판했다.

서울중앙지법 B부장판사도 "한 연구모임에서는 이구동성으로 '검찰이 구속수사 필요성을 피력하기 위해 일부러 언론플레이를 했다'는 지적이 나왔다"며 "검찰이 구속하라고 떼쓰는 것은 현행법 원칙에 크게 위배된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 8일 KAI 방산비리 의혹,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와 관련한 검찰의 영장청구 3건이 법원에서 잇달아 기각되자 두 기관은 서로 공개 비판하며 각을 세웠다.

서울중앙지검은 입장문을 통해 "서울중앙지법에 새로운 영장전담판사들이 배치된 뒤 국정농단 핵심 수사 영장이 거의 예외 없이 기각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국정농단이나 적폐청산 등과 관련된 진실규명과 책임자 처벌이라는 검찰 사명을 수행하기가 사실상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에 서울중앙지법도 "도를 넘어서는 비난과 억측이 섞인 입장을 공식적으로 표명하는 것은 향후 다른 사건에 영향을 미치려는 저의가 포함된 것으로 오인될 우려가 있다"고 반박했다.

한편 최근 양승태 대법원장은 "이념적 마찰이나 이해관계 대립이 격화되면서 법원의 재판에 대해 건전한 비판을 넘어선 과도한 비난이 빈발하고 있다"며 법원 판단에 대한 외부의 비난에 강한 유감을 나타낸 바 있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