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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中 사드 보복은 제 발등 찍는 자충수

美 "세계무역 시스템 위협"
시장경제지위 요구는 억지

미국의 통상 책임자가 중국의 경제.무역 관행을 강하게 비판했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18일(현지시간) "중국은 보조금을 지급하고, 국가 챔피언을 창설하며, 기술 이전을 강요하고 시장을 왜곡한다"면서 "이는 세계무역 시스템에 전례 없는 위협"이라고 말했다. 과거 한.중 관계가 좋을 때는 이 같은 비판을 흘려들었다. 하지만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을 당하고 보니 중국식 관행이 유례없는 위협이라는 주장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중국은 겉으론 자유무역 수호자를 자처한다. 동시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끄는 미국을 보호무역주의자로 몰아붙인다. 그러나 사드 사례에서 보듯 중국은 이중 플레이에 능하다. 국익에 유리하면 자유무역, 불리하면 보호무역 잣대를 들이댄다. 그러면서도 중국은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을 들먹이며 자국이 시장경제지위(MES)를 인정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마디로 억지다.

중국의 사드 보복은 자충수가 될 수 있다. 한국은 갖은 압박에도 불구하고 사드를 배치했다. 경제보복이 무서워 안보를 희생하는 바보 같은 짓을 한국은 하지 않았다.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은 제로다. 반면 중국은 자칭 자유무역 수호자 이미지에 먹칠을 했다. 어느 나라든 앞으로 중국을 상대할 때는 사드 보복 사례를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

이미 글로벌 대중 투자 열기는 예전 같지 않다. 지난해 중국행 외국인직접투자(FDI)는 내림세로 돌아섰다. 올 들어선 특히 한국의 대중 투자 감소가 눈에 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1~7월 대중 투자는 작년의 반토막 수준이다. 한국은 대중 투자국 순위에서 꽤 높다. 사드 보복은 한국만 일방적으로 손해를 보는 게 아니다.

많은 한국 기업들이 보복에 따른 고통을 호소한다. 정부는 당당히 WTO 제소 카드를 꺼내야 한다. 다른 한편 이번 사태는 우리 기업들이 체질을 바꿀 수 있는 기회다. 나라 전체로 봐도 지나친 대중 의존도를 낮추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특정국에 수출의 4분의 1을 의존하는 형태는 바람직하지 않다.

중국은 과거에도 경제보복을 일삼았다. 2010년 노르웨이가 인권운동가 류샤오보에게 노벨평화상을 주자 노르웨이산 연어 수입을 금지했다.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둘러싼 중.일 분쟁 땐 희토류 수출을 중단했다.
2012년엔 영국 총리가 티베트 지도자 달라이 라마를 만났다는 이유로 초대형 투자를 중단했다. 사드 보복은 그 연장선상에 있다. 이래놓고 중국은 '세계 무역 시스템에 전례 없는 위협'이라는 미국의 비판에 뭐라 답할 텐가. 사드 보복을 자진철회하지 않는 한 중국은 답이 궁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