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

[생사기로에 선 알뜰폰] "요금 인하" 홍보할때만 쓰지 말고 시장 '메기'로 키워야

관련종목▶

(하) 정부, 통신 경쟁정책 새판 짜라
국내 서비스 2G.3G 머물러.. 도매대가 산정방식 개선.. 사업모델 차별화 유도해야
미래 내다보고 투자 늘릴지 수익성 없을땐 과감히 접을지 사업자 스스로도 '결단' 필요

[생사기로에 선 알뜰폰] "요금 인하" 홍보할때만 쓰지 말고 시장 '메기'로 키워야

정부의 이동통신 요금 인하 정책 직격탄을 맞아 생사기로에 선 알뜰폰을 살리고 10년째 홍역을 되풀이하고 있는 정부의 강제적인 통신요금 인하 정책을 재현하지 않기 위해서는 알뜰폰을 이동통신 시장의 '메기'로 키워야 한다는 조언이 잇따르고 있다.

알뜰폰이 서비스 차별화와 저렴한 요금을 내세워 이동통신 3사가 주도하고 있는 국내 시장에 시장원리에 의한 통신요금 인하를 이뤄내도록 경쟁주체로 자리잡아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정부가 통신 경쟁정책의 새 판을 짜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정부가 알뜰폰을 눈앞에 보이는 요금인하 효과 홍보수단으로만 활용해서는 안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대신 시장 경쟁을 주도할 수 있도록 통신망 도매대가 산정 방식 개선, 최소한의 서비스 제공도 어려운 알뜰폰 업체의 출구 마련 등 장기 안목의 경쟁정책을 마련해 줘야 한다는게 업계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데이터 MVNO로 전환할 수 있는 틀 마련 시급

20일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및 관련 업계에 따르면 유럽과 미국 알뜰폰 사업자들은 롱텀에볼루션(LTE) 시대에 맞는 데이터 중심 서비스로 새 성장모델을 마련 중이다. 이는 '데이터 전용 MVNO(이동통신 재판매)'로, 모바일 데이터를 이용해 다양하고 세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아마존은 전자책 단말기인 '킨들'에 모바일 데이터 서비스를 결합해 소비자들이 데이터 요금 부담 없이 전자책을 내려받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

반면 국내 알뜰폰 서비스는 대부분 싼 요금만 강조하며 2세대(2G).3세대(3G) 서비스에 머물러 있다.

알뜰폰 업계에서는 현재 종량형(RM, Retail Minus)에 맞춰져 있는 도매대가 산정방식을 정액제로 설계된 데이터 요금제에 맞게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도매대가 구조로는 알뜰폰이 이동통신 3사와 차별화된 요금제를 구성할 수 없고 결국 새로운 서비스 모델을 만들어 내지 못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알뜰폰이 데이터를 다량으로 구매한 뒤, 이를 쪼개서 다양한 요금제를 설계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또 알뜰폰 사업자가 다른 사업자에게 설비 및 서비스를 다시 제공하는 MVNE 활성화 방안도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현행 제도에서는 MVNE를 금지하고 있지 않지만, 해당 이동통신사의 동의가 없으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 관계자는 "유럽과 일본에서는 MVNE 사업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다양한 형태의 알뜰폰 사업자들이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며 "일본처럼 MVNE 사업자는 모두 이동통신사 데이터 설비와 상호접속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알뜰폰, 투자냐 퇴출이냐 스스로 판단해야

알뜰폰 업체들 역시 이동통신 시장 경쟁자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투자에 나설지, 수익성 없는 사업을 지속할 것인지 스스로 판단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자체 설비 투자를 통해 새로운 서비스 모델을 만드는 등 본격 경쟁 채비에 나서야 시장의 경쟁자로 설 수 있지만 그동안 국내 알뜰폰 업체들은 차별적 부가서비스 개발이나 유통망 구축등에 대한 투자를 게을리한게 사실이다.

그러면서 수익이 발생하면 투자를 할테니 정부가 일단 도매대가 인하, 전파사용료 면제 등의 제도를 통해 지원해 달라는 요구만 지속해 온 것이다.


KT경제경영연구소는 '글로벌 MVNO시장 현황'이란 보고서를 통해 "사물인터넷(IoT)이 차기 ICT 시장의 주요 키워드로 떠오르는 가운데 광범위한 지역에서의 IoT 기술 구현에 있어 모바일 네트워크의 역할은 필수적"이라며 "제조업체, 인터넷.모바일 서비스 사업자들 또한 IoT 시대에 적합한 서비스로 개선하기 위해 모바일 커넥티비티 확보 수단으로 MVNO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결국 투자와 서비스 개발에 나서면 사업성은 있다는 말이다.

이 때문에 장기적인 사업성을 내다보고 투자에 나설 것인지 여부를 알뜰폰 업체 스스로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게 업계의 중론이다.

elikim@fnnews.com 김미희 박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