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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인터넷銀, 중금리 시장 개척 빈말이었나

손쉬운 금리장사 구태 답습.. 은산분리 풀 명분도 사라져

인터넷전문은행 대출영업이 우랑고객에게만 치우친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케이뱅크,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은행 대출에서 신용 1∼3등급의 고신용자 비중은 87.5%(8월말 금액기준)로 집계됐다. 이는 국내 시중은행 78.2%보다 9.3%포인트나 높은 수치다. 반면 인터넷은행의 4∼6등급 중신용자 대출 비중은 11.9%로 시중은행(17.5%)보다 낮았다. 우량고객 위주로 손쉬운 장사를 했다는 얘기다.

올 3월, 7월에 각각 출범한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는 편리성과 낮은 대출금리로 돌풍을 일으켰다. 두 은행에 계좌를 튼 고객은 450만명에 달하고, 여수신 규모는 월평균 80%씩 가파르게 늘어 5조원을 돌파했다. 이미 메기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전당포 영업에 안주하던 기존 금융권에 변화를 몰고왔다. 예금이자는 더 주고 대출이자는 적게 받는다. 해외송금수수료를 잇따라 내리고 비대면 서비스를 확대하는 등 문턱을 낮춘다.

하지만 인터넷은행의 문제점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우선 보안문제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계좌가 만들어지거나 소액대출 신청 사례가 일어났다. 카카오식 비대면 본인 인증의 취약성은 속히 풀어야 할 과제다. 이뿐만이 아니다. 늘어나는 수요를 감당하지 못해 인터넷 접속이 마비되는 것은 물론 사전 공지 없이 마이너스통장의 한도를 줄이거나 대출상품 판매를 돌연 중단하기도 했다. 이런 미덥지 못한 일이 반복되면 고객이 등을 돌리는 것은 시간문제다.

지난주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국회 업무보고에서 "인터넷은행에 대한 은산분리 예외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 위원장이 거듭 은산분리 규제 완화를 주장하는 것은 인터넷은행이 서민을 위한 금융으로 출범했기 때문이다. 기존 은행들이 외면하는 '중금리 대출시장'을 개척해 소외된 서민들의 금융복지를 확대하라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인터넷은행이 기존 은행보다 우량고객 대출 비중이 높다는 것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이런 식이면 인터넷은행 존재 근거조차 위태로워질 수 있다. 가뜩이나 최근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가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설립취소나 영업정지 처분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마당이다.

한은의 지적대로 인터넷은행이 영업 초기 중신용자에 대한 신용정보 축적과 신용평가 모델이 미흡하다는 점을 모르지는 않는다. 하지만 초기라고 해서 우량고객 위주의 영업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
이제라도 인터넷은행들은 과거 영업 관행을 답습하지 말고 새로운 신용평가 시스템과 상품 개발에 나서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혁신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국회와 정부도 하루빨리 은산분리와 빅데이터 규제를 풀어 인터넷은행이 빨리 자리잡도록 도와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