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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 Health] 가방 꾸릴 때는 몰랐지 병 얻어 올 줄은…

추석 연휴에 해외 간다면 감염병 조심하세요
오염된 물.음식이 원인인 수인성 전염병
물은 사먹고 식당 얼음.양치물도 주의
말라리아 유행하는 베트남에선
모기 조심하고 말라리아 약제 복용을
태국 등 동남아 간다면 A형 간염 주의
길거리 음식이나 조리 안된 음식 피해야

[yes+ Health] 가방 꾸릴 때는 몰랐지 병 얻어 올 줄은…

최장 10일에 이르는 이번 추석연휴로 해외여행을 가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동남아, 아프리카, 중남미 등 열대지방을 여행하는 해외여행객이 증가하면서 국내에서 발생하는 감염병보다 해외로부터 유입되는 감염병 관리가 더 중요해지고 있다. 따라서 전염병에 걸리지 않기 위해 출국 전부터 신경써야 한다.

분당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김의석 교수(감염관리실장)는 21일 "장티푸스, A형 간염은 백신접종을 통해 예방할 수 있으므로 개발도상국으로 여행을 가기 전에는 의사와 상담을 하는 것이 좋다"며 "또 여행을 다녀온 후 발열, 설사, 구토와 같은 증상이 발생한다면 반드시 의사에게 해외여행 다녀온 사실을 알려 적절한 검사와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 여행자 설사, 얼음과 양치물도 조심

해외 여행지에서는 오염된 물이나 음식에 의해 걸리는 '수인성 전염병'에 걸릴 수 있다. 일반적으로 여행지에 도착하고 1~2일 이내에 발생하며, 대개는 저절로 회복된다. 충분한 수분섭취를 통해 탈수가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콜레라, 장티푸스, 세균성이질, A형 간염 등의 질환도 오염된 물과 음식을 통해 걸릴 수 있다. 수인성 전염병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끓여먹고, 익혀먹고, 과일은 깨끗한 물에 씻어 껍질을 벗겨먹어야 한다. 특히 물은 뚜껑을 따지 않은 생수를 사서 마시고 식당이나 카페에서 제공하는 얼음이나 양치물도 출처가 확실한 것만 사용하는 것이 좋다.

■말라리아, 예방약 복용 출발 전부터

해외여행을 떠나기 전에는 해당 여행국에 어떠한 감염병 위험 요인이 있는지 파악하고, 필요한 예방접종을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다. 특히, 아프리카, 중남미, 인도와 주변국가, 적도 인근의 동남아 국가에서는 모기로 인한 질병(모기 매개 감염병) 위험이 크기 때문에, 예방접종이나 예방약을 복용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모기를 통해 감염되는 질병으로는 말라리아, 뎅기열 등이 있다. 선천적 소두증과 관련성으로 많은 관심을 받는 지카바이러스도 모기 매개 감염병이다. 감염병 유행지역을 여행할 때는 긴소매의 옷과 긴 바지를 입어 피부 노출을 적게 하고, 다소 불편하더라도 모기기피제를 사용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베트남은 말라리아 유행 지역이다. '말라리아'는 기생충에 감염된 모기에 물려 발생하는 질환이다. 고열, 두통, 간 기능 이상, 혈소판 감소 등의 증세를 일으킨다. 심한 경우, 의식 저하가 나타나면서 사망에 이를 수 있다. 특히 베트남, 캄보디아, 미얀마 접경 지역의 경우 말라리아 약제에 내성을 보이는 지역이기 때문에 더 주의가 필요하다. 말라리아는 예방 접종이 없으므로 모기에 물리지 않는 것이 중요하고, 모기 퇴치제를 뿌리면 도움이 된다. 하지만 모기를 100% 차단하는 것은 어려우므로 출국 하루 전부터 귀국 후 1주일까지 '말라론'이라는 말라리아 약제를 복용하는 게 좋다. 지역별로 예방약의 종류가 다르고 출발 전에 약을 미리 복용하여야 하기 때문에 미리 병원에 방문해 적절한 예방약을 처방 받아야 한다.

뎅기열은 숲모기류의 모기에 물려 감염된다. 열대지역에 분포하는 이집트숲모기는 도시생활에 적응력이 뛰어나 도시지역에서도 물릴 수 있다. 말라리아 모기와는 반대로 낮에 흡혈하기 때문에 낮 시간에 야외활동을 할 때에 주의가 필요하다. 뎅기열에 감염된 환자 중 약 5% 정도가 중증으로 진행될 수 있고 치료하지 않을 경우 사망할 수도 있다.

지카바이러스도 지카바이러스에 감염된 모기에 물려 발병하는 감염병이다. 뎅기열과 동일한 이집트숲모기가 주된 매개체로, 지카바이러스는 신생아의 소두증을 유발하는 바이러스로 알려져 있다. 임신한 여성이 지카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소두증 및 뇌기형 신생아를 출산할 가능성이 있어 주의해야 한다.

또 동남아 외에 아프리카와 남미 지역에서는 황열의 유행으로 인해 입국 시 예방접종증명서를 요구하기도 한다. 이 지역을 방문하는 여행객은 황열 예방접종이 필요한지 확인해봐야 한다.

■A형 간염, 성인들이 더 조심해야

태국을 포함한 동남아시아 지역을 방문하는 여행객은 'A형 간염'을 주의해야 한다. A형 간염은 바이러스에 오염된 물이나 음식을 섭취하면 발생한다. 어린아이들은 감기처럼 가볍게 앓고 지나가지만, 성인에서는 심각한 간 기능 손상을 일으키고 발열, 전신 무력감, 오심, 구토의 증세가 나타난다. 심한 경우, 전격성 간염으로 진행되어 간 이식이 필요하거나 사망에 이를 수 있다.

A형 간염을 예방하기 위해서 여행 중 물은 끓여 먹거나 사서 마셔야 한다. 길거리 음식이나 제대로 조리되지 않은 음식은 피하는 것이 좋다. A형 간염은 예방접종으로 예방이 가능하다. 6개월 간격으로 총 2차례 접종하면 대부분의 경우 항체가 생성된다. A형 간염은 우리나라에서도 흔하게 발생하는 질병이므로 예방접종을 해두면 좋다.

여행 후 이유 없이 발열이 발생하면 반드시 근처 의료기관을 방문해 상담을 받아야 한다. 특히 중동을 다녀온 후 열이 나고 기침을 할 경우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을, 필리핀을 다녀온 후에 설사하면 '콜레라'를, 태국을 다녀온 후에 발진과 함께 관절통이 있으면 '지카 바이러스' 감염을 의심하고, 반드시 의료기관을 방문해 적절한 조치를 받아야 한다.


순천향대 부천병원 감염내과 김탁 교수는 "해외에서 감염될 수 있는 상당수의 질환은 현지에서 모기나 벌레에 물리지 않도록 조심하고, 물이나 음식을 함부로 먹지 않는 것만으로도 예방할 수 있다"며 "여행객들이 여행을 떠나기 전과 여행 중에 작은 주의만 기울이면 감염병으로부터 건강을 지키고 즐겁고 행복한 연휴를 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질병관리본부도 이달 30일부터 10월9일까지 추석연휴 감염병 유행을 대비해 24시간 국내외 감염병 상담을 실시한다. 지카바이러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쯔쯔가무시증, 비브리오패혈증, 콜레라 등 국내외 감염병이 의심되면 1339 콜센터를 통해 감염병에 대한 전문 상담이 가능하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