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

[fn사설]파리바게뜨 사태, 고용부 명령 거두길

관련종목▶

고용노동부가 21일 국내 1위 빵집 체인 파리바게뜨에 대해 '불법파견'으로 일을 시킨 제빵.카페기사 5378명을 직접 고용하라고 명령했다. 말을 안 들으면 과태료를 물리고 검찰에 고발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파리바게뜨는 날벼락을 맞았다. 본사 정규직이 5200명인데 이보다 더 많은 인원을 한꺼번에 고용해야 할 판이다. 세상 어떤 기업도 이런 인건비 부담을 견딜 수 없다. 고용노동부는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을 내렸다. '노동'에 치중한 나머지 '고용'은 아예 잊은 듯하다.

바른정당 하태경 최고위원이 바른 말을 했다. 그는 22일 "파리바게뜨가 제빵사를 직접 고용하면 그 부담은 온전히 대리점주들의 비용으로 전가된다"며 고용부 지시는 "전국 제과점에 사실상 문을 닫으라고 협박하는 것과 같다"고 비판했다. 하루아침에 일거리를 잃게 된 협력업체들도 강하게 반발하며 소송으로 맞설 태세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놓고 벌어진 인천공항공사 갈등과 닮은꼴이다.

파리바게뜨 사건은 넓게 보면 소득주도 성장론이 낳은 부작용이다. 소득주도 성장론자들은 가계소득이 높아지면 소비가 늘고, 소비가 늘면 경제가 성장한다고 믿는다. 이런 믿음 아래서 최저임금을 대폭 올렸다. 또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려고 애쓴다. 기아차 소송에서 보듯 통상임금이 오르는 것도 크게 반긴다.

그러나 세상은 그렇게 만만한 곳이 아니다. 기아차는 인건비를 아끼려 잔업을 폐지하고 특근을 최소화하기로 했다. 최저임금을 올린 대가는 일자리 감소로 나타날 공산이 크다. 학교 기간제교사 사례에서 보듯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바꾸려는 시도는 곳곳에서 마찰을 부른다. 마찬가지로 파리바게뜨 팔을 비튼다고 제빵기사들 형편이 갑자기 좋아지리란 보장은 없다. 오히려 그 반대가 될지도 모른다.

불법파견 논란은 해묵은 병폐다. 도급과 파견을 가르는 경계선이 어정쩡하기 때문이다. 이런 혼선을 없애는 것이야말로 고용부가 할 일이다. 이미 선진국에선 온라인을 기반으로 특정인과 자유롭게 근로계약을 맺는 '긱(Gig) 이코노미'가 유행이다.
다양한 고용 형태를 모조리 열악한 일자리로 규정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22일 "이번 결과로 가맹본부와 관련 종사자들이 많은 우려를 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용부와 김영주 장관은 결정을 철회하는 게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