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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北 국제사회 비핵화 의지 시험 말라

핵보유국 인정 기대는 미망.. 제재에 맞서는 건 자해행위

북한이 국제사회의 제재에 맞서 핵 도발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릴 기세다.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23일(현지시간) 유엔 총회 연설에서 "미국땅이 우리 로켓의 방문을 피할 수 없게 만드는 과오를 저질렀다"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맹비난했다. "악(惡)통령" "과대망상이 겹친 정신이상자" 등 입에 담기도 힘든 욕설과 함께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핵 위협 지속 시 "북한 완전 파괴"를 경고하자 21일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최고의 초강경 대응조치 단행"을 공언한 데 이어 나온 '말폭탄'이었다.

북 지휘부의 일련의 발언은 나름대로 계산된 대미 강경 메시지로 풀이된다. 리용호가 김정은의 '초강경 대응조치'를 태평양에서의 수소폭탄 실험이라고 해석해 흘린 대목이 그렇다. 유엔 총회 연설에서 미 본토에 대한 미사일 타격을 위협한 것도 마찬가지 맥락이다. 물론 현재로선 이런 협박은 허장성세로도 비쳐진다. 그러나 "핵 보유는 자위적 조치"라며 "최종 목표는 미국과 힘의 균형을 이루는 것"이라는 리용호의 호언이 마음에 걸린다. 여하한 경우에도 핵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오기가 읽히기 때문이다.

결국 북한은 이판사판식 벼랑 끝 대치를 통해 미국과 핵 보유국 인정을 전제로 '핵 담판'을 벌이려는 낌새다. 하지만 이는 미망일 뿐이다. 한.미.일 3국 정상은 21일 북한이 비핵화 협상에 나오지 않으면 안될 정도로 대북 제재와 압박을 최고수준으로 끌어올리기로 의견을 모았다. 3국 정상회담 후 트럼트 대통령은 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 금융기관, 기업, 개인에 대해서도 제재를 가할 수 있도록 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고 공개했다. 일종의 세컨더리 보이콧을 시행하겠다는 통첩으로 그간 제재에 미온적이었던 중국과 러시아도 선택의 갈림길에 선 셈이다.

유엔 연설을 마치고 귀국길에 오른 문재인 대통령도 "지금은 북한을 압박하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고 했다. 이제 김정은 정권은 국제사회의 북핵 불용 의지를 더는 시험하려 들지 말아야 한다.
한 발짝만 더 핵 도발의 수위를 높일 경우 자멸을 초래할 수 있음을 인식하기 바란다. 우리로서도 일촉즉발의 대치 국면에서 미.북 간에 오가는 거친 말싸움이 부를 예기치 않은 사태 전개를 경계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럴 때일수록 북핵 해법을 둘러싼 우리 내부의 이견과 갈등의 표출을 조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