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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여러분의 연휴는 안녕들 하십니까

[기자수첩] 여러분의 연휴는 안녕들 하십니까

지난해 인터넷에서 '2017년까지는 퇴사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라는 게시물을 읽은 적이 있다. 게시물은 '2017년 추석 연휴를 보내기 위해서라도 퇴사를 미뤄라'라는 내용이었다. 개천절과 추석 연휴, 대체공휴일, 한글날이 붙어 있어서 10월 2일에만 휴가를 낸다면 최대 10일을 쉴 수 있기 때문. 심지어 정부가 다음달 2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해 휴가를 하루도 쓰지 않고 열흘을 쉴 수 있는 '역대급' 연휴가 완성됐다.

1~2년 전부터 많은 이들이 '유토피아'처럼 기다렸던 황금연휴. 여러분의 연휴는 안녕들 하십니까. 서울에 본가를 두고 경상북도의 한 공공기관에 취업을 한 지인은 그 어느 때보다 고단한 추석 연휴를 보내야 한다. 임시공휴일로 지정된 10월 2일은 물론 대체공휴일인 10월 6일에도 출근을 한다. 심지어 토요일에도 오전 근무를 하기 때문에 9월 30일과 10월 7일에도 출근을 한다. 다른 이들이 연달아 열흘을 쉴 때 닷새밖에 쉬지 못한다. 5일밖에 안 되는 휴가가 붙어 있지도 않다. 물론 그는 10월 2일 퇴근 후에 고속열차를 타고 서울로 온다. "연휴 때 제대로 쉬지 못하니 이번 명절 땐 못 갈 것 같다"는 이야기도 해봤지만 "명절 때 그렇게 빠져 버릇하면 집안 어른들이 좋아하시겠느냐"는 핀잔을 받고 마음을 바꿔 먹었다고 한다.

실제로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직장인 123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올 추석 연휴계획'에 대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올 한가위에 임시공휴일인 2일과 대체공휴일인 6일을 모두 쉬는 직장인은 52.9%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2일과 6일 모두 쉬지 않는다'는 응답 비중도 25%로 비교적 높게 나타났다.

심지어 직장인 중 33.9%는 '추석연휴 기간에도 출근한다'고 밝혔다. '그림의 떡' 같은 황금연휴는 직장인만의 문제가 아니다.
취업포털 사람인 설문조사에서는 구직자의 64.8%가 올 추석 연휴에도 쉬지 않고 "구직활동을 할 것"이라고 답했다. 연휴에도 구직활동을 하려는 이유를 묻자 10명 중 4명이 "어차피 마음 편히 쉴 수 없어서"라고, 10명 중 2명은 "쉬는 것이 눈치 보여서" "취업 관련 잔소리를 듣기 싫어서" 등의 답변을 내놨다.

쉬는 날 쉬지 못하는 사회. 소시민들은 '나라다운 나라'까지는 당장 바라지 않더라도 '연휴다운 연휴'를 보장해주는 사회를 바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