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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 백두산 분화

인도네시아 발리 섬의 최고봉인 아궁 화산이 폭발 일보 직전이라고 한다. 외신을 통해 피난 행렬이 이어지는 걸 보고 오래전 백두산을 찾았던 추억이 떠올랐다. 장백 폭포 부근 노천 온천물로 삶은, 유황 냄새가 살짝 밴 계란을 먹던 기억도 났다.

수년간 지질 전문가들의 입에 오르내리던 백두산 분화론이 다시 초미의 관심사다. 북한의 핵실험장이 있는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인근에서 23일 두 차례의 지진이 발생하면서다. 기상청은 규모 2.6과 3.2인 두 지진 모두 '자연 지진'이라고 밝혔다. 북한의 7차 핵실험이 아니라 가슴을 쓸어내리긴 했다. 하지만 유엔 산하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기구(CTBTO)가 북의 6차 핵실험의 여파로 본다니 문제는 자못 심각하다. 라시나 제르보 CTBTO 사무총장은 지진파 분석 결과를 토대로 "지난 3일 인공 폭발에서 기인한 지질적 스트레스"를 이번 지진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한반도는 다행스럽게도 지각활동이 빈번해 '불의 고리'로 불리는 환태평양조산대에서 살짝 벗어나 있다. 그러나 완전한 무풍지대도 아니다. 약 1만년 전의 백두산 폭발 당시 용암이 동쪽의 길주를 거쳐 성진항까지 흘러내린 흔적이 남아 있다. 백두산을 화산 활동이 올스톱된 사화산(死火山)으로 보기 어려운 사실(史實)도 많다. 조선왕조실록을 보자. "대포처럼 요란한 소리와 함께 큰 돌들이 비 오듯 쏟아져 내렸고, 붉은색 흙탕물이 넘쳐흘렀다"고 1668년께 분화 광경을 기록했다. 특히 대조영이 만주에 세운 발해도 서기 930∼940년대에 백두산 대폭발로 멸망했다는 학설도 있다.


이러니 정치권에서도 "백두산 분화 문제에 국제사회와 함께 정보를 공유하고 대비해야 한다"(박지원 국민의당 의원)는 주장이 제기되는 게 아닌가. 만일 백두산이 다시 폭발한다면 북한은 말할 것도 없고 우리도 화산재와 항공대란 등 직간접적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윤성효 부산대 교수 연구팀은 화산폭발지수(VEI) 7단계로 폭발하면 남한이 입을 피해만도 11조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한 바 있다. 백두산 하부 마그마방에 자꾸 스트레스를 주는 '로켓맨' 김정은의 '핵 불장난'이 그래서 사뭇 걱정스럽다.

kby777@fnnews.com 구본영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