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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내달 ‘원전 올림픽’ 이러다 망신당할라

탈원전 정책에 찬밥 신세
3년전 유치… 신뢰 지켜야

정부의 탈(脫)원전 불똥이 내달 열리는 세계원전사업자협회(WANO) 총회로 튀었다. 25일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WANO 총회가 내달 14일부터 1주일간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WANO는 34개국 122개 원전 운영사가 회원으로 2015년부터 한수원이 회장사를 맡았다.

WANO 총회는 2년에 한 번씩 열려 '원전 올림픽'으로 불린다. 700명이 참석하는 경주 대회는 2014년 파키스탄을 제치고 우리가 유치했다. 당시 정부와 한수원은 한국 원전기술의 우수성을 알리고 해외수출의 토대를 다질 행사라며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지난 2월에도 이관섭 한수원 사장은 "한국 원전의 안전성을 다시 한번 입증해 해외수출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할 기회"라고 말했다.

지금은 찬밥 신세다. 행사가 코앞이지만 정부와 한수원은 홍보계획이 전혀 없다. 한수원이 탈원전 정책을 펴는 정부의 눈치를 보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번 총회가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기간과 맞물려 열리기 때문이다. 심지어 정부가 한수원에 행사를 늦출 수 없는지 확인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애써 따낸 국제행사가 부실하게 열려 국격에 먹칠을 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정부의 막무가내 탈원전 정책 때문에 한국의 원전산업은 말라죽을 위기다. 우리가 독자기술로 개발해 세계 최고라는 평가를 받는 3세대 원전기술도 땅에 묻힐 판이다. 해외 원전 수출시장에도 먹구름이 끼었다. 한국이 참여를 추진하는 20조원대 규모의 영국, 사우디아라비아 원전사업권이 중국에 넘어갈 것이라는 외신 보도가 잇따른다. 원전은 지은 뒤 50년 넘게 고장 수리 등 애프터서비스를 해야 하는데 탈원전을 하면 부품 공급이 막힐까봐서다.

정부 정책은 연속성이 중요하다. 정권이 바뀌었다고 3년 전부터 준비한 행사를 늦추거나 소홀히 하면 국제사회의 신뢰를 잃는 것은 물론 망신까지 당한다. 가뜩이나 지금은 북핵과 미사일 때문에 한반도가 화약고로 주목받는 상황이다.
지난주 프랑스가 선수단의 안전이 보장되지 않으면 평창 동계올림픽에 불참할 수도 있다고 한 경고를 되새겨야 한다. 이런 상황에 정부가 나서 성공 개최를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쪽박을 깨려 해서는 곤란하다. 이참에 정부는 한국의 기술력을 세계에 알려 원전 수출에 보탬이 되도록 하는 방도를 찾아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