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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위반 과태료 체납 무려 2100억원

상습 체납차 대부분 대포차 178회 단속돼도 한푼 안내
경찰 수배.검거 계속하지만 운전자 알 수 없어 단속 한계
자동차검사필증 재도입해야

경북 영천의 임모씨는 지난 2007년 본인 명의의 '대포차량' 987대를 판매한 혐의(자동차관리법 위반)로 경찰에 붙잡혔다. 임씨는 처벌을 받았지만 1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본인 명의로 소재가 파악되지 않은 대포차 642대가 등록돼 있다. 임씨 명의 차량의 교통법규 위반 과태료 부과는 2만1378건, 과태료 체납금액은 17억387만원에 이른다. 경찰은 임씨를 실제 대포차 매매업자가 아닌 바지사장으로 추정하고 있다.

교통법규를 수십 차례에 걸쳐 위반하고도 과태료를 내지 않은 차량이 7만3000여대, 체납액만 2100억여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태료 상습 고액 체납차량은 대부분 대포차로, 경찰은 이들 차량에 대한 수배 및 검거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지만 단속 한계로 대포차 근절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178회 단속된 차량, 과태료는 0원

25일 경찰청에 따르면 올 1월 기준 교통법규 위반 과태료 상습 고액 체납자는 총 1만5679명으로 집계됐다. 상습 고액 체납차량은 7만3081대, 체납액 합계만 무려 2145억원에 이른다.

체납액 500만~1000만원이 1만1427명, 차량 1만8745대로 가장 많았다. 이들의 체납액 합계는 776억원이었다. 1000만~5000만원은 3882명.1만8245대, 5000만~1억원은 183명.4278대, 1억~5억원은 156명.1만2630대, 5억~10억원은 24명.1만4555대 등이었다. 임씨처럼 체납액이 10억원이 넘는 경우도 7명.4628대에 달했다.

교통법규 위반 과태료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행정질서 위반자에게 부과하는 금전적 징계로 무인단속카메라, 주차단속 등이 대표적이다. 과태료 대상 적발 시 차량 식별만 가능할 뿐 운전자는 알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과태료는 차량 소유주에게 부과된다.

이에 따라 경찰은 과태료 상습 고액 체납차량을 대부분 대포차로 추정하고 있다. 대포차 운전자들은 본인 명의 차량이 아니기 때문에 교통법규를 위반하고도 과태료를 내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지난해 한 차량은 총 178회에 걸쳐 무인단속카메라에 걸렸으나 과태료는 한 푼도 내지 않았다. 10회 이상 단속에 걸리고도 과태료를 내지 않은 체납자는 총 3만명으로 집계됐다.

경찰 관계자는 "상습 고액 체납자 대다수가 대포차라고 볼 수 있다"며 "더 큰 문제는 경찰에 파악되지 않은 대포차가 많아 과태료를 체납한 채 운행한 뒤 수년이 지나 수명을 다하고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외관상 대포차 여부를 전혀 알 수 없기 때문에 적발이 곤란하다고 하소연했다. 자동차관리법 개정으로 지난해부터 경찰이 대포차를 직접 수사할 수 있게 됐으나 과태료 미납 여부 등을 일일이 조회하기 전에는 현장에서 대포차 식별이 어려워 여전히 단속의 사각지대가 발생한다.

경찰 단속이 어려움을 겪는 동안 대포차는 늘어나고 있다. 2013년 2만1095대였던 대포차는 2015년 2만6426대로 약 25.3% 증가했다. 지난해에도 대포차가 2만8968대로 집계되는 등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대포차의 지속적인 운행으로 과태료 체납액도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1월 기준 2074억원이던 500만원 이상 체납액은 1년 새 71억원 늘었다. 대포차가 확실시되는 1억원 이상 체납액은 지난해 1월 549억원에서 올 1월 598억원으로 증가했다.

■대포차 사각지대…자동차검사필증 부착 필요

대포차 소유주들이 주로 바지사장인 점도 문제다. 대포차 매매업자들은 노숙자나 영세민 등 사회적 약자 명의를 도용해 대포차를 유통시킨다. 경찰에 적발돼도 과태료 체납이 이어지고 대포차도 계속해서 양산되고 있다. 5년 이내 운행기록이 없어 수배 불가인 차량도 2만1303대에 이른다.


경찰은 대포차를 식별하기 위해 지난 1996년 폐지된 자동차검사확인필증 재도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자동차 검사 시 과태료나 명의 등을 확인하고 이상이 없는 경우에만 검사필증을 교부해 차량 유리에 의무적으로 부착하게 하면 대포차를 쉽게 구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교통경찰 관계자는 "검사필증을 폐지할 당시에는 아무도 몰랐지만 이후 대포차와 체납차량이 늘었다"며 "검사필증을 부착하면 일반 시민들도 비정상적 차량을 발견할 수 있어 대포차가 발붙일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jun@fnnews.com 박준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