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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아파트 1·2단지 통행 막는 ‘철문’ 소송전 예고

1단지서 통행로 사유재산이라며 2단지 주민 출입 제한
2단지서 초등교 통학.역.정류장 빨리 가려면 이용 필수

한 아파트 1·2단지 통행 막는 ‘철문’ 소송전 예고
시공 당시 A아파트에는 1단지와 2단지를 잇는 구름다리가 만들어졌다. 그러나 1단지에서 엘리베이터 전원을 차단하고 계단으로 가는 문을 밧줄로 묶어 다리가 폐쇄된 상태다. 사진=김규태 기자


한 아파트 주민들이 단지 안에 있는 '철문'을 두고 5년째 다투고 있다. 다툼의 발단은 1단지에서 "1단지 통행로는 사유 재산"이라며 2단지 주민의 출입을 막으면서다. 2단지 주민들은 최단거리로 대중교통시설을 이용하고 학생들은 인근 초등학교를 가기 위해 1단지 통행로를 이용해왔다. 최근에는 2단지에 사는 법학 교수가 '통행권' 문제에 적극 개입하면서 법적 분쟁으로 확대될 조짐이다.

■"통행로는 사유재산" 출입 차단

25일 서울 동작구 상도동 A아파트 주민 등에 따르면 2014년 1단지에 '철문'이 만들어졌다. 총 2500가구 규모의 두 아파트 단지는 2013년 같은 시공사가 지었다. 1년 먼저 입주한 1단지에서 2단지 주민들이 입주하자 단지를 둘러치는 철문 5개를 만들었다. 2단지 관계자는 "주민들이 들어갈 때는 물론, 나올 때도 열쇠가 필요하도록 해 주민이 아니면 들어가지도, 나오지도 못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2단지 주민들이 대중교통시설과 초등학교를 최단거리로 갈 수 있는 길을 2개 철문으로 막아 갈등이 커졌다고 전했다.

이날 찾은 해당 아파트에서 2단지 입주민들은 지하철 7호선 숭실대입구역과 버스정류장을 가기 위해 1단지 주변을 돌아갔다. 2단지에서 교통시설까지 1단지 보행로를 통하면 4분(약 400m)이면 되지만 돌아가면 2배 가량(700m) 걸린다. 2단지에 사는 학생들은 1단지 철문 10m 앞에 있는 초등학교에 가려 1단지 주변을 돌아야 한다. 더구나 평평한 단지 통행로와 달리 주위 도로는 경사가 가파르고 차도다.

2단지에서는 1단지 통행로가 공용 목적이라고 설명한다. 통행을 막을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2단지 입주자대표는 "해당 통행로는 과거 주민들 공용으로 사용했고 시공사도 2단지를 잇는 구름다리를 만들었다"며 "1단지 앞에 있는 초등학교 부지 역시 함께 비용을 대 구입했는데 사유재산을 내세워 통행로를 막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 관할 구청이 시공사에 요청, 2단지를 잇는 구름다리가 만들어졌지만 다리는 곧 폐쇄됐다. 1단지에서 엘리베이터 전원을 차단하고 계단 문을 밧줄로 묶어 놨기 때문이다. 수년째 왕래가 없는 탓에 다리에는 수풀만 자랐다.

2단지 주민들은 불만을 토로한다. 한 주민은 "입주할 때부터 당연히 단지 통행이 될 줄 알았는데 막아서니 황당하다"며 "옆 단지 주민들이 범법자도 아닌데 보안을 이유로 문을 막아버리니 감정까지 상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은 "아이들이 보기에 어른들의 이기심으로 보여 교육상으로도 좋지 않다"고 전했다.

특히 이달 중순 2단지에 사는 한 로스쿨 교수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한민국 아파트에서 일어나는 얼토당토 않은 이야기'라는 글을 올려 "지하철역으로 가는 지름길을 이용하지 못하고 500여m를 더 돌아가는 일이 있다"며 "끝까지 통행을 방해하면 법정에 가서 따져 볼 수 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해당 교수는 "2단지 주민 역시 통행로로 사용할 것을 신뢰한 상태에서 건설, 입주했는데 1단지에서 사유재산 침해를 이유로 통행을 막은 것은 불법행위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옆단지 주민들이 범법자도 아니고…

반면 1단지 아파트 관리소장 B씨는 “1단지는 엄연한 사유재산인데 일부 2단지 주민이 카드키를 무단 입수해 주민인척 다니기도 한다”며 “엘리베이터를 무단 사용하고 소음까지 내 민원이 발생한다”고 털어놨다. 1단지는 구청에 구름다리 폐쇄 신고를 한 상태다. 다만 초등학생들이 학교를 오가는 시간대는 편의를 위해 개방해 놓는다고 했다.


최근까지도 1단지와 2단지는 여러차례 협상을 했지만 결론은 나지 않고 있다. 2단지 주민들은 엘리베이터 등 사용 비용을 지불하는 대신 1단지 내 통행카드 발급을 요구하고 있지만 1단지는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아파트 관계자는 “아파트 건립 당시 조합 간에 비용 처리 문제로 갈등이 심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잘 해결되면 좋겠지만 서로 갈등이 심하고 법적으로 다투자는 입장이어서 타협이 어렵다”고 우려했다.

integrity@fnnews.com 김규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