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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진 식은 ‘친환경차 정책’…아파트 전기차 충전소 500기뿐

한전, 6000기 목표 빨간불, 환경부도 목표 30%만 달성
전기차 보급 속도 못따라가
수소버스 개발도 못했는데 충전소 확충 계획부터 발표
中.印 등은 일정표대로 착착

엔진 식은 ‘친환경차 정책’…아파트 전기차 충전소 500기뿐

'미래 먹거리'로 꼽히는 친환경자동차 산업과 관련된 정부 정책이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선진국은 물론 자동차산업의 후발주자라고 할 수 있는 중국, 인도까지 화석연료 자동차의 생산.판매를 중단하기 위한 일정표를 만들고 가속페달을 밟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우리 정부는 지난해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전기차 충전소 등 인프라 구축에 나서겠다고 발표했지만, 1년이 지난 지금까지 진행률은 절반에도 못 미친다. 시범보급하겠다던 수소버스는 아직 개발조차 못했고, 2020년까지 100개를 만들겠다던 수소차 충전소도 여전히 10개에 그친다.

■전기차 충전기 6000기 설치? 1년간 500기 그쳐

25일 환경부에 따르면 현재 전국적으로 설치된 전기차 급속충전기(충전시간 최대 40분)는 1508기, 완속충전기(4시간)는 1606기다. 앞서 정부가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전기차 관련 인프라를 확충하겠다고 발표한 것에 크게 못 미친다.

정부는 작년 하반기 중 2100억원을 투자해 서울.제주.고속도로 등에 전기차 충전기를 대량 구축하고, 공동주택 충전기 설치를 의무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현재 주차장, 마트, 쇼핑몰, 아파트 등은 한국전력이 고속도로 충전소는 환경부가 맡아 전담하고 있다. 하지만 1년 넘도록 진도를 못 뺐다.

한전은 지난해 주차장, 마트, 쇼핑몰에 급속충전기 300기(사업비 114억원), 올해 500기(189억원)을 설치했야 했지만 설치가 끝난 도심생활형 충전기는 350기에 불과하다. 목표치(800기)의 44%에 그친다. 아파트 충전소는 내년까지 6000기를 설치해야 하지만 현재 500기(8%)밖에 설치하지 못했다.

환경부가 맡고 있는 고속도로 충전소라고 다르지 않다. 환경부는 올해 급속충전기 830기를 설치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현재 30% 수준인 247기(10월 완료)조차 완벽하게 마무리하지 못했다. 내년 1000기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정부 계획이 실현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나마 전기차 보급은 상황이 좀 낫다. 정부는 작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행정.공공기관 친환경차 의무구매 비율을 30%에서 50%로 상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작년 6월 말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령을 개정해 이 정책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만들었다.

지난해 공공기관(242개)은 총 2998대 차량 중 545대(수소차 18대)의 친환경차를 구매(전체의 18%)했다. 하지만 올해는 전년의 3배 이상 많은 1936대(43대)를 구입할 계획이다. 또 문재인정부는 지난 7월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통해 임기(2022년) 내 전기차를 35만대까지 보급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35만대까지 늘린다 해도 올 상반기 국내 자동차 등록대수(2200만대)의 1.5%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가능하겠느냐는 회의적 반응이 많다. 충전소가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전기차를 늘릴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다.

■수소차 충전소 100개? "수소차는 개발도 안됐다"

정부가 내놓은 수소차 관련정책 추진 상황은 더 한심하다. 당시 정부는 압축천연가스(CNG) 충전소를 활용한 수소차 충전소를 2020년까지 100개소로 확충할 계획이라고 공언했지만 1년도 더 지난 현재까지 환경부 관계자는 "CNG 충전소를 활용해 수소차 충전소를 만드는 작업은 추진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 대신 튜브 트레일러를 이용한 충전소를 내년 상반기까지 울산(3곳), 광주(3곳), 경남 창원(2곳), 충남(1곳), 기타(세종)(1곳) 등에 10개소 추가로 지을 계획이다. 다만 이는 애초 계획부터 잘못됐다는 비판도 나온다. 수소차 보급률이 현저히 떨어져 오히려 전기차 인프라 개발에 집중해야 했다는 지적이다.

실제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시범보급하겠다는 수소버스는 아직 개발도 못하고 있다. 환경부는 2019년이나 돼야 개발이 완료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전기버스는 작년 56대에서 올해 150대로 3배가량 늘었다. 이 탓에 정부가 수소차 개발에 나선 특정기업 눈치를 보느라 '선택과 집중'을 못한다는 비판까지 나온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공학과 교수는 "세계 자동차 시장은 이미 전기차 경쟁 체제가 됐다.
자동차 생산량 6위 국가인 한국으로선 최대 위기 상황"이라며 "기업은 전기차 연구개발(R&D) 비용을 확대해 경쟁력 있는 차종을 신속히 늘리고, 정부는 전기차 인프라 구축에 서두르지 않으면 안 된다"고 경고했다.

한편 지난해 중국에선 순수전기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차를 합쳐 53만6000대의 전기차가 팔렸다. 노르웨이 정부는 2025년부터 판매되는 승용차와 밴은 탄소배출이 없어야 한다고 못 박았고, 인도와 프랑스 정부도 각각 2030년·2040년부터는 전기차만 판매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fact0514@fnnews.com 김용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