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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러 서방제재 동병상련… 경제협력으로 결속

중, 해외서 M&A 제동에 러, 투자금 조달 막히자 양국간 경제프로젝트 확대

중·러 서방제재 동병상련… 경제협력으로 결속

중국과 러시아가 서방의 견제와 경제제재 속에 조용히 경제협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중국은 안보를 우려로 미국 등 서방으로부터 기업 인수합병(M&A)에 잇달아 제동이 걸리고 있고,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과 크림반도 병합에 따른 경제제재로 투자재원을 마련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FT는 이런 와중에 양측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져 중국이 러시아의 주요 투자자로 부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달 중국 에너지.금융업체인 CEFC 차이나가 91억달러에 러시아 에너지기업 로스네프트 지분 14.16%를 사들인 것은 양국간 경제협력 강화의 상징으로 해석된다.

이는 중국의 역대 최대 규모 러시아 투자이자 중국 업체의 해외 석유.가스 업체 지분 투자로는 2번째로 큰 규모다.

세계 최대 에너지 소비국 중국과 최대 산유국 러시아의 협력이 강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으로 중국은 러시아와 국경지대에서 장기적인 석유공급망을 확보하게 됐고, 서방의 돈줄이 마른 러시아는 중국의 거대 자본에 접근할 수 있게 됐다.

러시아가 서방의 경제제재로 중국 투자 유치에 적극적이 되면서 러시아가 중국에는 '매수자 시장'이 되고 있다.

이를 방증하듯 중국의 대러 투자는 최근 큰 폭으로 확대되고 있다.

러시아 노바텍이 프랑스 토탈과 손잡고 북극 가스전을 개발하는 프로젝트로 설립했던 야말 액화천연가스(LNG)에 중국 투자자들이 뛰어들었다. 경제제재로 서방의 자본조달이 중단되면서 돈 줄이 마르자 중국이 뛰어든 것이다.

5월에는 포슝그룹이 주도하는 중국 컨소시엄이 러시아 최대 금광업체인 폴리우스 지분 15%를 인수하기로 합의했고, 6월에는 베이징가스그룹이 로스네프트의 시베리아 최대 석유가스유전의 지분 20%를 11억달러에 사들였다.

앞서 지난해에는 중국은행(BoC)이 러시아 국영 가즈프롬에 20억유로를 대출한 바 있다. 가즈프롬이 시베리아 송유관을 건설해 2050년까지 중국에 가스 4000억달러어치를 수출하는 사업에 자금줄이 됐다.

7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러시아 방문 당시에는 중국개발은행(CDB)이 러시아 투자그룹 2 곳에 110억달러를 투입키로 했다.

양국 공동으로 설립한 러시아.중국 투자펀드(RCIF)는 지난 넉달 동안 인프라 개발, 관광, 보건 분야에 대한 투자 계획을 잇따라 발표하기도 했다.

양국간 경협은 성숙단계에 접어들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런던 해넘 앤드 파트너스의 알레한드로 데미첼리스 이사는 "양국간 에너지 부문의 민간 경제협력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중국과 민간협력은 러시아 업체들이 확장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는데 있어 거의 남지 않는 대안 가운데 하나"라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중국 기업의 첫번째 대규모 거래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의심을 받고 있는 로스네프트라는 사실은 양측의 협력이 진지하게 추진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샤먼대의 에너지 전문가인 린 보치앙은 "러시아는 자원부국으로 (자원은) 조금도 양보하지 않으려 했기 때문에 러시아와 사업은 정말 힘들었다"면서 "그러나 지금은 훨씬 쉬워졌다"고 말했다.


그는 "시장 여건으로 인해 러시아는 더 많은 돈을 필요로 하게 됐고, 따라서 시장 접근이 더 쉬워졌다"면서 "이는 큰 기회다"라고 덧붙였다.

카네기 모스크바센터의 아시아태평양 프로그램 석좌인 알렉산데르 가부예프는 "CEFC와 로스네프트의 합의는 중국 측에서 경제보다는 정치적인 사안으로 접근하고 있다"면서 "합의의 규모와 (푸틴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이고르 세친 로스네프트 회장의 대규모 지분 양도 의사는 중국 석유산업 관계자들의 눈이 휘둥그레지도록 만들 정도다"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투자자들이 값싼 자산, 정치적 모멘텀에 이끌려 러시아를 주목하게 됐지만 아직은 매우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