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

"집 팔까" "집 살까"… 주택시장 줄다리기 치열

매도자, 급매 내놨다가 매수 붙자 거둬들이고 호가 올려
매수자, 지금이라도 살야 될지 좀더 기다려야 할지 혼란

#. 서울 영등포구 아파트에 전세로 살고 있는 A씨는 최근 집주인에게 살고 있는 집을 매수하겠느냐 제안을 받았다. 시세보다 싼 가격이라 그 자리에서 구두로 계약에 합의한 A씨는 며칠 후 "집주인이 다른 사람에게 계약금을 이미 받았다"는 통보를 받았다. 가격을 더 올려도 된다는 공인중개자의 말에 집주인이 구두계약을 깬 것이다. 현재 살고 있는 집에 계속 거주하고 싶은 마음이 컸던 A씨는 며칠간 협상 끝에 집주인의 계약금을 대신 반환해주고 매수하는데 어렵게 합의했다.

정부가 내년 4월까지 기한을 정해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 등 압박 정책을 펼치면서 주택시장에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겉으로 드러나기엔 관망세에 거래가 거의 없는 상태지만, 잔잔한 표면 아래서는 매도자와 매수자간 눈치싸움이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다.

마음이 급해진 매도자는 급매물을 내놓았다가 호가를 다시 올리는 일도 빈번하다. 매수자는 올해 말과 내년 초 가격이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생각에 타이밍을 저울질하는 모양새다.

■급매로 내놨다가 번복… 가계약 취소 사례 늘어

25일 업계에 따르면 양도소득세를 피하기 위해 내년 4월 이전 집을 팔려는 매도자들이 급매로 내놓았다가 다시 거둬들이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급한 마음에 시세보다 싸게 가격을 불렀다가 매수자들이 여러명 달려들면 슬그머니 호가를 올리는 식이다.

매매가의 10%인 계약금 이전에 일정 금액을 거는 '가계약'은 계약을 깬 당사자가 변제해주면 되기 때문에 매수자들끼리 경쟁이 붙어 이를 떠안는 경우도 생긴다.

사례자 A씨도 "먼저 구두로 합의해 놓고 다른 쪽에서 계약금을 받았다며 어쩔 수 없다고 하는 말에 화는 났지만, 그 돈을 물어주더라도 시세보다 싼 가격이라 집주인 마음을 돌렸다"면서 "급매로 나온 것도 좋지만 지금 살고 있는 주거 환경을 바꾸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서둘렀다"고 말했다.

중개업계 관계자는 "어쩌다보니 서울이나 수도권 등지에 2~3채의 주택을 보유하고 있는 집주인들 문의가 크게 늘었다"면서 "개인 금융 사정에 따라 급하게 내놓아야 하는 경우 그 시점과 가격을 정하는데 (마음이) 어제 다르고 오늘 또 달라 혼란이 많다"고 전했다.

■올해말~내년초 매물 증가 예상… 서울은 영향 미미할 듯

업계 전문가들은 지금 당장은 '거래 절벽' 현상이 나타나고 있지만 올 연말부터 매물이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주택을 처분할 의사가 있는 매도자는 내년 4월이 임박하기 전에 슬슬 매물을 던져야하고, 반대로 매수자는 조금 더 느긋하게 기다려도 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여전히 공급이 부족한 서울에서는 전세가가 떨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에 주택 가격 하락도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은행 안명숙 부동산팀장은 "지금 당장은 관상세가 짙고 곧 나올 정부의 주거복지로드맵도 보고 결정하자는 분위기라 매물이 많지 않다"면서 "하지만 내년초가 되면 팔 사람은 이익 실현을 위해 4월 전 내놓을 것이기 때문에 지금보다 거래가 늘어나는 것은 기정사실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사는 사람은 당연히 기다려야 한다. 매물이 많아지면 아무래도 매수가 우위시장이 될 수밖에 없다"면서 "다만 서울은 입주물량도 많지 않아서 전세가 하락 현상이 없으니 동탄 등 신도시에 비해 대출 규제 영향도 크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가계약 혹은 구두계약에 의한 분쟁에 대해 법조계 관계자는 "전화 통화로 계약이 성립될 경우는 통화 내용을 녹음하고 되도록이면 간단하더라도 가계약서를 작성해 향후 남은 계약금 지급 시점, 계약체결일 등에 대해 이뤄진 합의 내용을 문서로 남겨두라"고 조언했다.

wonder@fnnews.com 정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