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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4차산업혁명委 출범 … 규제부터 풀어라

힘빠진 위원회 선입견 벗고 혁신성장 추진체 역할 해야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가 26일 현판식을 갖고 출범했다. 이사장에 위촉된 벤처신화 1세대 출신 장병규 블루홀 이사회 의장은 "현장 경험을 가진 젊은 시각으로 새로운 변화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위원회는 연말까지 4차 산업혁명의 추진 전략을 담은 종합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4차 산업혁명은 제조업이나 서비스업 등 기존의 산업에 인공지능(AI), 로봇,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과 같은 첨단기술을 접목해 새로운 유형의 산업을 키우는 과정이다. 그 본질은 혁신이다. 혁신적인 사고의 전환과 낡은 규제의 개혁이 뒷받침돼야 가능하다. 현재 기존 산업의 성장 동력이 빠르게 고갈되고 있으나 이를 대체할 미래 산업이 육성되지 못하는 것은 이 같은 여건이 갖춰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국의 4차 산업혁명은 이미 늦었다. 인터넷은행이 대표적이다. 미국.유럽 등 선진국은 20년 전에 인터넷은행을 시작했지만 우리는 올해에야 겨우 첫 걸음을 내디뎠다. 그마저도 산업화 시대의 유물인 은산분리 족쇄를 풀어주지 않아 반쪽 출발에 그치고 있다.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다. 우버 등 세계 100대 스타트업 가운데 57곳은 한국에서 제대로 된 사업을 할 수 없다. 중국이 3000만명의 고객을 확보한 원격진료는 10년째 시범사업만 하고 있다. 빅데이터 활용도 막혀 있다.

4차산업혁명위는 당초 총리급에서 격이 한참 낮아진데다 문재인정부 출범 4개월이 지나서야 지각 출범하는 등 맥빠진 모습을 보여온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여기에 거는 기대가 큰 것은 우리 산업의 현실이 그만큼 척박하기 때문이다. 문재인정부 들어서는 아예 산업정책이 실종됐다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이어서 더욱 그렇다.

한국의 신산업은 촘촘한 규제 그물망에 갇혀 있다. 그 그물망을 획기적으로 걷어내 신산업이 싹을 틔울 수 있게 하는 것이 4차산업혁명위가 할 일이다.
난마처럼 얽힌 규제를 풀려면 무엇보다 문 대통령이 장 위원장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 같은 관점에서 국회가 최근 정세균 의장 주도 아래 여야 합의로 '4차산업혁명 법.제도 개선 특별위원회'(가칭)를 가동키로 한 것도 높이 평가할 만하다. 정치권은 차제에 수년째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과 규제프리존법도 속히 처리해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