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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미세먼지 대책, 中 협조 끌어낼 방안 뭔가

정상회담 논의 헛구호 우려.. 과학적인 원인 분석이 먼저

문재인정부가 26일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한 첫 종합대책을 내놨다. 2022년까지 국내 미세먼지 배출량을 30% 넘게 감축해 미세먼지 '나쁨일수'를 70%(258일→78일) 줄이는 게 목표다. 이를 위해 중국발 미세먼지 문제를 정상회담에서 다루기로 했다. 중국발 미세먼지를 국가 과제로 삼고 정상회담 테이블에 올리기로 한 것은 늦었지만 잘한 일이다.

"미세먼지가 국민생존의 문제"라는 정부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미세먼지가 재앙 수준으로 치달은 지는 오래다. 하지만 그동안 정부는 미세먼지 대책을 내놓을 때마다 기존 대책을 짜깁기 하거니 살을 붙이는 구태를 되풀이 했다. 작년 애먼 고등어를 희생양 삼은 게 대표적이다. 병명도 모른채 환자를 수술대 위에 올려서 벌어진 일이다.

사실 이번 대책도 별반 다르지 않다. 석탄발전소와 경유차 문제는 이미 닳고 닳은 대책이다. 눈에 띄는 대목은 한.중 정상회담에 미세먼지를 다룬다는 것이다. 실효성은 의문이다. 외교라는 게 상대가 있어서 우리 생각대로 될지는 미지수다. 그동안 중국과 이 문제를 협의하지 않은 것도 아니다. 1999년부터 해마다 열린 한.중.일 환경장관회의에서 미세먼지는 늘 주요 의제로 다뤘다. 20년 가까운 협의에도 실질적인 성과는 없었다.

발생원인부터가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미세먼지 발생원인 가운데 중국의 영향력은 30%대에서 70%대까지 들쭉날쭉이다. 정부와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지난해 5월 2일부터 40일간 조사한 결과 우리나라 미세먼지의 34%가 중국에서 유입된 것으로 드러났다. 반면 지난 4월 국립환경과학원 조사 결과는 '나쁨 일' 기준 국외(중국) 요인이 76%가 넘었다. 조사하는 기관, 시기마다 다르다. 중국의 협조를 끌어내기 어려운 이유다.

설령 한.중 양국이 합의하에 조사를 했어도 중국이 잡아떼면 그만이다. 중국은 2013년 한.중 공동연구 결과를 인정하지 않았다. 심지어 지난 3월 중국 외교부는 한국 공기오염의 책임이 중국에 있는지 입증해 보라는 식의 배짱 논평을 냈다. 가뜩이나 사드 배치를 두고 갈등이 벌어진 상황에서 중국이 미세먼지를 정상회담 의제로 받아들일지도 불투명하다.

그럼에도 중국의 협조를 이끌어내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크기 때문이다. 중국이 옴짝달싹 못하게 세밀한 대응에 나서야 하는 이유다.
과학적인 조사를 통해 계절별로 중국발 미세먼지 유입 규모를 분석하고, 이를 기반으로 중국의 책임을 따져 물어야 한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중국이 수긍할 수 있는 원인을 밝혀내는 게 우선이다. 정상회담 논의는 그 다음 문제다.